2019년 9월 9일 월요일

[Movie]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존 윅 3: 파라벨룸"



애초에 "존윅" 은 그리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영화가 아니었다.

1편은 "내 개를 죽였으니 널 죽여야겠다."
2편은 "날 귀찮게하니 널 죽여야겠다."

... 로 간단히 정리 할수 있다.

물론 세세한 설정이야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있겠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선 그런 세세한 설정이야 알바 아니다.

그 반면, 그 부실한 이야기 구조에 비해 놀라울정도로 현실적이고 화려한 액션씬들은 이야기가 부실하거나 말거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열광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3편에선 이전과 같이 단순한 이야기 구조로 영화를 끌고가기엔 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영화는 이전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듯 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일단 동료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이 그냥 혼자서 다짜고짜 적진에 뛰어 들어 적들을 싸그리 도륙하는 미친 능력의 암살자 이야기였던 것을 바꾸어서, 이번에는 동료 비슷한 역활의 인물을 끌어들인다. 여기까지는 뭐, 새로운 시도겠거니... 하고 넘어가겠는데.

어라? 동료로 같이 싸워줄줄알았는데 그냥 잠시 스쳐가는 인연으로 끝난다?

소피아와의 만남이 존윅이 겪고있는 위기를 돌파할 계기가 될것이라고 생각했던것에 비해 사실상 영화내에서 화려한 (개)액션을 보여준것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흐지부지 지나가 버린다.

이럴려고 그렇게 심각한 분위기를 한참동안이나 그렇게 그럴듯하게 조성했던 것인가? 실망스러움을 넘어서 허탈할 지경이다.


그 뒤로 본격적으로 하이테이블과 한판 붙을때도 뭔가 동료 비슷한게 붙어있기는 한데, 별로 도움은 안되어서 이건 혼자 싸우는건지 동료랑 싸우는건지 좀 애매한 수준.

이게 별것 아닌것 같아도 중요한 것이...

이전 1~2편에서는 혼자서 수십명의 킬러들을 혼자서 싸그리 쓸어버리는 말도 안되는 강력함을 뽐내었었다. 하지만, 3편에선 이 있는듯 없는 동료의 존재로인해 이전에 느껴지던 존 윅의 강력함이 아주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전에는 카메라가 존윅만 졸졸 따라다니며 존윅의 무시무시함을 주구장창 보여줬던것에 비해, 3편은 이쪽 저쪽 왔다 갔다하다보니 존윅이 그리 강력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거기다 존 윅과 능력치 균형을 맞출려는 생각인지 어설프게 강력한 라이벌과 어중간하게 강력한 킬러 집단들이 등장함으로 인해 3편의 존윅은 그냥 좀 잘 싸우는 킬러로 완전히 강등되어버렸다.

그래서 영화 내내 이 사람이 존윅1, 2편의 그 살인기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답답한 액션을 보여준다. 잘싸우기는 한데 좀 시원 시원한 맛이 없음.

무엇보다도 큰 단점은 도대체 왜 싸우는지를 모르겠다는 점이다.

1편은 "내 개를 죽인놈" 2편은 "날 귀찮게 하는 놈" 이라는 명확한 처벌 대상이 있었던것에 비해, 3편은 딱히 종점이라고 할만한 대상이 없다.

그렇다보니 영화 내내 끊이지 않고 총질을 하고 칼질을 하지만 특정 목표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 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그냥 제자리에 가만이 서서 싸우는 느낌이라서 좀 보다보면 지루해서 하품이 다 나올 지경이다.

그러다 느닷없이 "다음 4편을 기대해 주세요" 라는 식으로 끝을 마친다.

아...

"존윅" 의 가장 큰 강점이 단순명료하고 속시원한 액션에 있었는데, "존윅 3" 는 이 기존의 장점을 몽당 갖다 버렸다. 남은것은 그냥 화려한 액션 뿐...

존윅 1, 2편은 몇번을 본 지금도 다시봐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한데, 존윅3는 대충 반쯤 봤을때 이미 질려서 "이거 언제 끝나나..." 싶은 생각밖에 안들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개인적인 결론은 존윅3는 존윅4 "예고편" 이라고 본다.

진짜 존윅은 4편에서 등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3편으로 인해 4편에서 처치해야할 진짜 "나쁜놈" 이 만들어졌으니까.

아마도 상처입고 분노한 존윅이 4편에서 3편의 어중이 떠중이들을 하나 하나 숨통을 끊는 이야기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3편은 여러모로 상당히 실망스러웠지만, 4편의 기대감을 높여준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