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여행 3일째가 밝았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멋진 경관의 바닷가가 정말 고급 관광지스럽다.
하지만,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그냥 일반 시민들이 사는 허름한 동네가 바로 보인다. 관광지와 그렇지 않은 곳이 바로 곁에서 혼재 되어 있는것도 다낭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저곳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빠듯한 일정 때문에 가볼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밤 늦게 가볼 용기는 안나고...
얼렁 뚱땅 아침 식사를 마치고 아침 일찍 부터 버스를 타고 달린다. 목적지는 "바나힐" 이라는 곳인데, 워낙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자유시간을 가질려면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고 한다.
게다가 이동 시간이 좀 길다. 호이안 에서 후에로 이동하는데 한 한시간? 한시간 반 정도?
이동시간은 길었지만 낮선 베트남 풍경을 구경하다보니 별로 지루하지는 않았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베트남 시내의 건물이 세로로 가늘게 삐쭉 솟은 건물이 많다는 것이다. 저렇게 따닥딱닥 붙어 있는 건물은 그나마 나아 보이지만, 아예 혼자서 널판지처럼 우뚝 솟아 있는 건물은 바람불면 도미도 처럼 넘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한참을 달리니 호이안 시내를 벗어나 시골 풍경같은 한산한 지역이 나타난다.
이런 길을 한시간 정도 달리니 드디어 저기 멀리 목적지가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의 꼭대기가 오늘의 목적지다.
바나산 국립공원. 입구부터가 으리 으리하다.
대규모 관광지 답게 주차장도 어마어마하게 넓어서 어지간하면 주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우리나라도 치면 자연농원 혹은 롯데월드 비슷한 곳.
들어가는 입구에는 웅장한 대포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설명에 따르면 산 아래에도 여러가지 농원이라던가 동물원같은게 있어 구경할게 많다고 하지만...
바쁜 일정속의 우리는 그런것을 구경할 시간이 없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일단 케이블카에 탑승.
그리고 끝없이 깊은 산속으로 날라간다. 내가 알기로는 이 케이블카가 아시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인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그럴만하다 싶을 정도로 아주 한참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한참을 타고 올라가다보면 드디어 목적지가 보인다.
참고로 산아래에서 바나힐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노선은 3개가 있으며, 이중에 1개는 꼭대기까지 바로 직통이고 2개는 중간에 환승을 한번 하고 올라가게 된다. 중간에 환승지에는 그 유명한 거대한 손이 있는 곳이지만... 우리는 바쁜 패키지 일정으로 그냥 무시하고 올라가야 했다.
아... 사진 찍을 시간이라도 좀 주지... 야속한 가이드씨...
한번 환승을 하고 계속 올라가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만 거의 20분 정도를 탄것 같다.
바나힐은 베트남과는 어울리지 않게 약간 중세 유럽풍으로 꾸며져 있다.
롯데월드 같은 놀이 동산 비슷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겐 좋은 놀이 동산일지 몰라도 베트남을 느끼고 싶어 찾아간 나의 경우는 굳이 여길 왔어야 했나 싶은 느낌이 조금 든다. 일단 유명 관광지니 한번쯤 다녀가볼만 한곳이긴 하다.
아침 일찍 출발한 보람이 있는지 아직은 관광객이 그다지 많지 않다.
아래에서 볼때는 상당히 규모가 큰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와보니 그렇게 크지도 않다. 식당과 호텔 같은것이 중세 유럽풍으로 꾸며져 있을 뿐 딱히 볼것도 그다지 없는편.
작은 유럽 같은 분위기라 산책하듯 둘러보며 유럽인척 사진찍기에는 제법 괜찮았다.
유럽은 비싸서 못가니 여기서 유럽 여행온 기분 내는것도 좋겠다.
약간 미니어쳐 성당 같은 느낌이긴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볼만한다. 좀더 여러군데 다닐만한 곳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냥 분위기만 그럴듯하게 낸것 뿐이라서 볼수 있는곳은 여기 한군데 밖에 없다.
약간은 실망하며 밖으로 나와보니 골목길에 새끼 고양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이 높은 산에 누가 데려다 놓은 것일까? 잡아보고 싶었으나 굼뜬 내 움직임을 비웃으며 금새 저 멀리로 사라졌다.
아참. "짠내투어" 를 본 사람이라면 레일카나 자이로 드롭, 범버카 그리고 오락실이 있는 커다란 놀이 동산을 "무료" 로 즐길수 있다는 것을 알것이다.
하지만... 이곳을 이용하려면...
줄을 서야 한다.
한번 들어가 볼까 했지만, 40분정도 줄을 서야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포기해 버렸다.
기껏해봐야 한두시간 정도 머무는 패키지 여행으론 바나힐을 제대로 즐기기는 어려울것 같다.
그대신 조금 더 안쪽으로 올라가 본다. 이곳은 거의 식당가라서 길을 따라 식당만 즐비하게 서 있다.
조금더 안쪽을 올라가 보면 중국풍의 전망대가 있는것을 볼수 있다.
베트남에서 보는 중국풍 건물이 참 이색적이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대리석으로 보이는 조각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아마도 유명한 성인들의 조각이 아닌가 싶은데... 누군지 알수가 없다.
그냥 유명하신 분들인가 보다... 할뿐...
전망대 꼭대기 까지 올라가 보니 커다란 종이 달려 있다. 그 종에는 한문이 적혀 있는데 과거 중국의 지배를 받은적이 있기 때문인지 종종 이런식으로 중국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나힐의 전경.
마치 중세시대 산꼭대기 성 같은 느낌이라서 신기하다.
이 높은 산에 어떻게 이정도 규모의 놀이 동산을 만들었을까? 게다가 아직도 규모를 늘리려 계속 공사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규모 자체는 큰데, 구경 할 만한 곳은 그다지 없다. 몇군데 있기는 하지만 그냥 고만고만한 데다 달리 볼만한 것이 있는것도 아니라 그냥 스~윽~ 스쳐 지나가면 그걸로 끝이다.
전망대까지 구경하고 내려오자 슬슬 사람들이 많아진다.
가끔씩 신기한 분장을 한 연기자가 출현하기도 하니 혹시나 만난다면 얼른 사진이나 하나 찍어 두자.
놀이 기구를 이용할 생각을 안했더니 시간이 남아 돈다. 달리 할것이 있는것도 아니라 시원한 분수대에서 잠시 쉬면서 집합시간을 기다렸다.
여담인데... 이때의 온도가 30도가 넘었을것이다. 그런데 건물안 통로를 지나다 보면 군데 군데 이렇게 온열기가 켜져 있는것을 볼수 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춥다고 한다. 30도가 넘는데...
바나힐을 다 구경하고 내려오는데 갑자기 날씨가 흐려진다. 워낙 높은 산이다 보니 수시로 날씨가 바뀐다고 한다. 불과 한시간전에 그렇게 맑던 날씨가 마치 폭풍이라도 올것마냥 어두워진다.
산 아래까지 내려오니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가 올듯 흐리다.
지금 올라가는 사람들은 구름때문에 뭐 보이는것도 없을텐데 어쩌나... 싶은 생각도 들고, 우리는 운좋게 날씨 맑을때 잘 갔다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