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부터 말하면 약간 실망...
시즌 1 에서 애처럽게 쥐어 터져가며 사회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애처롭게 아둥바둥 악당들과 싸우는 것이 꿀잼이었다 하면... 시즌 2 는 ... 뭐랄까 ... 딱히 요점이 없는 것 같다.
첫째로 실망스러웠던 것은 퍼니셔의 등장.
갑자기 등장해서 데빌이 한테 쥐어 터지는 듣보잡 악당 하나가 난데 없이 등장하는가 싶었더니만 ...
응 ? 걔가 퍼니셔 라고 ?
그러니까...
이 우울해 보이는 이 아저씨가...
내가 아는 이 형님 이라굽쇼?
설마... 이름만 같은 거겠지... 퍼니셔란 말이 여기서만 쓰이는것도 아니고...
퍼니셔라 함은 아무런 초능력도 없으면서도 슈퍼히어로들도 함부로 손 못대는 슈퍼 군인이건만... 겨우 막대기 하나 달랑 들고 다니는 장님 하나 처리 못해서 쥐어 터지는 퍼니셔 라니... 그럴리가...
난 도저히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제길... 이걸로 빼도박도 못하게 내가 알던 그 "퍼니셔" 확정.
사실, 여기서도 퍼니셔가 데어데블을 거의 압도 하기는 하지만 (범죄자가 아니면 안죽이니까 데블이가 산거...), 그렇다곤 해도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던 그런 무지막지한 박력은 좀 부족하다. 뭐... 머리에 총알이 박혀 혼수상태에 있다 깨어난지 얼마 안되서 그렇다고 하면, 딱히 납득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하여간 퍼니셔와 데블이는 서로 범죄자를 죽여도 되네 마네를 가지고 치고 받고 싸우다 결국 합의를 보고 퍼니셔는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다.
여기 까지는 나름 무난한 전개 였다고 할수 있는데...
여기서 갑자기 일렉트라 등장.
뭣이여 이게... 아직 퍼니셔 얘기도 덜 끝났는데...
내가 생각하는 데어데블 시즌2의 가장 큰 문제점이 이것이다.
"퍼니셔" 와 "일렉트라" 라는 거의 주인공급 인물이 둘이나 같은 시즌에 등장해버린 것.
더 큰 문제는 이 두 인물의 얘기가 시즌2에서 서로 별개의 스토리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 퍼니셔의 재판과 복수.
- 일렉트라와 정체 불명의 닌자집단의 음모.
이 2개의 스토리가 시즌2에 들어가 있다.
작가가 노린 것은 명확한데, 2개의 스토리를 잘 몰아서 마지막에 절묘하게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어 마무리가 되는 멋진 장면을 연출 하고 싶었던 것일 것 ... 하지만 불행이도, 그게 잘 안됐다.
그냥 2개의 스토리는 끝날때 까지 따로 논다.
게다가 데블이는 몸은 하난데 스토리는 두개를 진행해야 하므로, 시즌 내내 우왕 좌왕하다 일렉트라한테 이리 저리 휘둘리고,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빵빵쳐놓고 퍼니셔를 내팽겨쳐 버린 덕분에 얼마 되지도 않는 동료들에게 까지 버림 받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냥 답답함 그 자체. 그게 이번 시즌에서 원래 의도하던 바라면 아주 참 잘~ 만들었다고 할수 도 있겠다.
하여간 시즌 내내 1인 군대라며 치켜 올려 주고 있기는 하지만, 끝날때 까지 쥐어 패는 쪽보다는 쥐어 터지는 쪽에 가까운 퍼니셔는 시즌 2 내내 감옥 밖에서 복수하는 것보다는 감옥에 갖혀 재판하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정도고, 데블이는 일렉트라한테 정신이 팔려서 퍼니셔를 내버려두고 일렉트라 뒷꽁무니만 쫒아 다니니 보는 나는 속터져 죽을것 같고, 시즌 후반부엔 퍼니셔는 데블이는 버려 두고 혼자 복수를 하겠다고 길길이 날뛰며 설치는데...
이럴바에 퍼니셔는 왜 불렀는건가? 데블이 없이도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고 잘 하는데? 데블이 안말렸으면 복수 아주 잘 끝났을껄?
그냥 시즌 2에는 퍼니셔 얘기에 집중하고, 시즌 3에 일렉트라 이야기를 진행하는게 좋았을 것을 ...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데어데블 시즌 2의 퍼니셔는 "퍼니셔" 라는 히어로를 홍보하기 위해서 원래 없던 내용을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일렉트라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후반부에는 퍼니셔의 존재감은 극도로 희미해지고, 데블이와 일렉트라의 사랑얘기가 중점적으로 부각되는데...
아주 대 놓고 사망 플레그를 꽃아줌.
결론은 퍼니셔도 일렉트라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충 예상 할수 있는 수순으로 흘러간다. 퍼니셔 따로 결론나고 일렉트라 따로 결론이 난다. 데블이는 따로 절딴이 나고 ... 그렇게 어수선하게 시즌 2가 끝남.
애초에 퍼니셔와 데어데블은 원래 사상적으로 거의 정반대 수준의 대립적인 존재라 (불살 & 필살), 서로 맞짱 뜨는 스토리만 만들어도 2~3 시즌은 거뜬이 나올정도.
게다가 일렉트라도 마찬가지.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데어데블과 일렉트라간의 그 애절한 얘기를 구구절절히 풀어 놓자면 이번 시즌을 통채로 다 할애를 해도 모잘랐을 텐데 ... 거기다 안그래도 거물급인 퍼니셔의 이야기를 우겨 넣었으니 ... 이것 참 ... 완전 죽도 밥도 아니다.
뭐, 너무 악평을 쏟아 낸것 같지만, 퍼니셔와 일렉트라 각각의 이야기를 따로 따로 보자면 그리 나쁜것도 아니다.
그저... 다 본 후의 감상이 "데어데블 시즌 2" 를 본게 아니라 "퍼니셔 시즌1" 과 "일렉트라 시즌1" 을 따로 따로 본듯한 느낌이라서 문제. 주인공이었어야할 데블이는 그냥 그 두사람 들러리 인듯한 느낌. 이게 무슨 "데어데블" 이야?
말하자면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데어데블 이야긴데, 막상 나온것은 데어데블은 병풍처럼 멀뚱멀뚱 서있고 난데없이 엉뚱한 사람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놓은 셈이라고나 할까...
플래쉬 시즌2도 그렇고 데이데블 시즌2도 그렇고 시즌2 들은 왜이렇게 시즌3를 만들기 위한 떡밥용으로만 느껴지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뭐... 그래도 시즌 3 는 기대해 봐야지...
다음 시즌엔 퍼니셔는 안나올테고, 아마 일렉트라만 나오게 될테니... 그럼 좀 나아질 듯...
게다가, 퍼니셔도 나름 인기 있는 히어로인지라 별개의 퍼니셔 드라마가 이미 제작되고 있다고 하니... 퍼니셔 역을 맡은 배우가 영~ 맘에 안들기는 한데... 이번엔 남의 드라마에 끼어 들어서 그런것일 수도 있으니, 전용 드라마에선 좀 나을수도 있다.
하여간 독립된 퍼니셔 드라마는 좀 정신 없이 이야기를 여기 저기 들쑤시지 말고, 좀 차분하고 단순하게 진행되도록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