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7일 월요일

영화 : 잘알려지지 않은 톰 크루즈 출연작 Legend (1985)


지금은 세계적인 슈퍼스타인 톰 쿠르즈도 데뷰 시절은 있었다.
그 초기 출연작 중의 하나인 레전드(Legend).

근데 어지간한 톰 크루즈 팬들도 이 작품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영화가 영... 흥행을 못해서...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로 유명한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한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개봉 당시에도 별 인기가 없었고, 지금은 거의 아는 사람만 아는 영화...

이 작품이 졸작이나 망작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데, 정말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데다, 그 당시로는 놀라운 수준의 특수 효과를 사용한 덕에, 영화 예술상도 받고, 분장상, 의상 디자인상, 특수 시각 효과상 등등... 상도 무지 하게 많이 받았다.

지금 다시 봐도 등장 인물의 분장은 CG 같은 특수효과 따위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현실감이 느껴지고, 제목 자체가 레전드일 정도로 전설의 예술적 영상화를 추구한 작품으로서 정말이지 환타지의 세계를 정말 환타지 스럽게 영상으로 잘 구현해 놓았다.

아... 재미만 있었으면 정말 최고의 명작이 되었을 텐데...
거참... 재미가... 좀...

이야기의 구조는 간단하다.
그냥 마왕이 있었는데, 그 마왕의 유일한 약점이 유니콘.
그래서 유니콘을 처치할 계획을 세움.
(사실은 유니콘이 약점이 아니라 태양빛이 약점인데, 무슨 이유에선지 유니콘을 처치하면 해가 뜨지 않는다고...)


근데 유니콘을 찾기가 쉽지 않음.
그래서 처녀를 이용하기로 함. (서양 전설에선 유니콘은 처녀만이 만질수 있음)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가 등장하고.


이 어린 공주가 사랑하는 순진무구한 청년이 등장.
이야... 톰 크루즈... 이런때도 있었구나...

하여간 둘은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다, 숲의 청년인 '잭' 이 유니콘을 보여준다고 공주를 데리고 숲속으로 가는데...


그런데, 신성한 존재라 다가가면 안된다는 잭의 말을 무시하고 말도 지지리 안듣는 철없는 공주가 겁도 없이 유니콘에게 다가감.

문제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유니콘 암살단이 근처에 있었고, 그들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유니콘을 독침으로 암살한다.

여기서 이 영화의 문제가 드러나는데...

유니콘 암살단이 공주를 어떻게 알고 찾아 왔는지도, 그들이 공주가 유니콘을 만날예정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전혀 설명이 없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말그대로 '전설' 을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영화 한편에 전설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다 집어 넣으려다 보니, 설정 설명 같은 것은 당근 무시, 떡밥 같은건 던져 주지도 않고, 그야 말로 핵심만 간단 명료하게 진행.

영화 자체가 그냥 '절설' 의 줄거리만을 얘기해줌.
몇개의 스테이지를 설정해 놓고 각 스테이지를 개구리가 펄쩍 펄쩍 뛰듯이 느닷없이 건너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이렇게, 유니콘이 죽자, 다짜고짜 온세상이 눈으로 뒤덮힘.


그리고, 공주가 근저의 오두막에 숨자, 기가막히게 때마침 우연히 유니콘 암살단이 그곳으로 찾아와서 자기들끼리, 친절하게 뭔일이 있었는지 구구절절하게 떠들어 주고, 떠남.


우리의 영웅 잭은 눈밭에 자고 있다, 숲의 요정들을 만나, 우리 함께 이세상을 구하자고 의기 투합해서 진상을 파해치고자 하고...

그리고 당연히 순식간에 왜 이런일이 생겼는지 밝혀냄.

뭐... 여기까지야 약간의 불만이 있다고 해도, "고전" 영화라는 점과, 오락 영화가 아닌 예술성에 주안점을 둔 영화라고 하면,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이런 서사 적인 이야기를 전개할때 시작부터 시시콜콜하게 구구절절히 이야기를 나열하려면 반지의 제왕 같이 3부작쯤은 되어야 할테니까.

초반에 도입부는 과감하게 짤라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문제는 문제가 이것 뿐만이 아니라는게 문제.


마왕이 원흉이라는 것을 알게된 잭과 그 일행들은 마왕을 퇴치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데...
생략을 해 버려도 너무 생략을 해 버렸다.

마왕을 상대할 무기도 근처 동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구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나마 별 도움도 안됨)

'잭' 이라는 주인공 자체가 그냥 시골 청년이라 검술의 'ㄱ' 도 모르는 촌뜨기인데, 훈련과정을 생략해 버리니, 길가다 만나는 이름 모를 아무 적이나 만나도 그냥 목숨이 오락 가락함.


전투 자체도 거의 일어 나지 않지만, 싸움이 일어나도 싸워서 이긴다기 보다는 죽도록 얻어 터지다, 말빨로 아양을 떨어서 방심하고 있는 몹 뒤통수를 쳐서 이기는 방식이라, 긴장감도 눈꼽만큼도 없고, 이겼을 때도 뭔가 통쾌한 맛이 없음.

그것만 봐도 감독은 이 영화를 "오락" 영화가 아닌 "예술" 영화로 만들고 싶어하는 의도가 눈에 보이는 듯 하다.

하여간 전투라는 재미를 포기한 영화는 "예술성" 과 "로맨스" 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데...



여성들이 좋아 할만한 로맨스의 분위기도 좀 조성하고...


돈 꽤나 쏟아 부은 분위기 좋은 무대를 쓸데 없이 지나가며 보여 주기도 하고...
(제법 많은 돈이 들였을 저 무대가 저 때 한번 나오고 맘. 확실히 돈은 많이 들였음.)


20년이 훌쩍 지나간 지금 봐도 감탄이 나올정도의 분위기 쩌는 무대와 분장술을 보여줌.
이 정도면 영화가 아니라 오페라 수준...


특히나 마왕의 분장은 거의 예술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내가본 영화 중에 이 작품 만큼 마왕을 마왕답게 표현한 영화는 없음.

정말 무대와 마왕까지는 정말 최고인데...

문제는 스토리.

이렇게 훌륭한 무대를 만들어 놓고는 스토리는 죽을 쒀버리는데...

대표적인게 이 장면...


유니콘을 잡다 덤으로 공주까지 잡아 버린 마왕이 공주에게 홀딱 반해, 공주를 자기것으로 하려 시도하는 장면.
영상만 보면 공주가 타락해서 완전히 마왕편으로 돌아서버린 듯 보인다. 하지만...


타락은 개뿔...

그냥 옷만 갈아 입혔을 뿐이다.
공주는 영화 끝날때 까지 똘망 똘만한 제정신을 그대로 유지 한다.
그냥 옷만 갈아 입힐꺼면서 저 장면에 왜 저렇게 정성을 쏟았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
영화로서는 훌륭한 영상미를 뽐내지만, 재미는 ... 좀 아쉽다.

요즘 영화 같으면 공주를 타락시켜서 주인공과 갈등 관계를 유발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진행 할텐데, 이 영화는 그런 상스러운 잔 재미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냥 옛날 옛적 옛날이야기 정석대로 용사와 마왕이 정정당당하게 맞붙는 것으로 긴장감과 재미를 추구하려 하지만...

아까도 얘기 했듯, 잭은 그냥 시골 촌뜨기. 싸움 같은거 전혀 못하므로 그냥 고양이에게 쫒기는 쥐처럼 마왕을 피해 도망만 다닌다.
사실 마왕과 시골촌놈의 싸움이라 상대가 될리가 없는게 정상.

하지만, 어차피 영화 스타일상 정의의 편이 이길게 뻔하기 때문에 긴장감 0.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번뜩이는 재치(?) 로 마왕을 퇴치한다.
그야말로 전설 답게 ... 아... 진짜 진부하다. 그냥 정의는 마지막에 승리한다... 로 끝남.

이걸로 모든 얘기는 끝.
뭔가 얘기가 많이 생략된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이게 이 영화의 모든 스토리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내 개인적 감상으로는...

뭔가 영화에 모든 것을 다 집어 넣으려고 많이 생략해서 함축적으로 이야기를 구겨 넣었는데, 정작 진짜 중요한 알맹이 부분을 몽땅 잘라낸 것 같은 느낌이다.

말하자면, 영화의 본편을 본게 아니라 예고편을 본듯한 느낌?

그리고, 그 뒤로 약간의 마무리가 있는데, 뭔가 백설공주의 마지막 장면을 억지로 집어 넣은 듯한 느낌이다. 왕자의 키스로 공주로 깨어 나는 장면을 어떻게든 집어넣은 듯한 ... 아니면 그냥 팬서비스?


여자들은 좋아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곤, 전설 답게 모두가 해피~♡ (죽은 유니콘까지 되살아남... -_-)


그리고 주인공은 전설 처럼 사라지는데...
정말 전설 같은 마지막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여기까지 보면 영화가 흥행 못한게 당연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확실히 좋은 영화다.
정말 공을 많이 들여서 정성껏 만든 영화란게 보는 내내 그대로 느껴진다.
예술 작품으로 불러도 좋을 영화다.

단지 ... 별 재미가 없는게 문제...

나 개인적으로는... 그냥 뮤직 비디오나 뮤지컬로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여튼 여러모로 아쉬움이 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