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시노 온천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아침이다.
시골이라서 그런지 평일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차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모처럼 온천 호텔에 왔으니, 굿모닝 온천을...
어제는 야간이라 일반 대욕탕에 갔지만, 오늘은 날밝은 아침이라 노천 온천을 가본다.
참고로 지하 1층은 일반 목욕탕, 9층은 노천온천이다.
그렇기는하지만, 노천온천이라 해도 주변은 다 막혀져 있기 때문에 파란 하늘이 훤히 보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냥 일반 옥탕하고 별반 다를것은 없다.
그런데, 9월인데도 아침바람은 제법 싸늘했다.
재빨리 몸을 씻고 온천에 들어가니 견딜만 하지만, 나처럼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노천 온탕은 좀 별로... 그래도 시원한 바람 속에서 온천을 하는 느낌은 좀 색다른 느낌이라서 한번쯤은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좀 아쉬운점은 노천 온천도 대욕장 처럼 그다지 온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뜨뜻하긴 한데 뜨겁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라서 온천이라는 느낌이 좀 덜하다.
그래도 약간 미끈 미끈한 느낌의 온천물에 노곤하게 몸을 담그고 있는 느낌은 제법 좋았다.
엘리베이터에 운영시간이 붙여져 있는데, 대충 아침 6시 부터 저녁 12시까지 하는 것 같다.
온천을 마치고 아침 식사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길래 호텔 주변을 좀 돌아 보기로 했다.
아무리 패키지 여행이라지만 일본까지 왔는데 관광지가 아닌 일반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도 조금 걸어 봐야 되지 않을까?
그렇다곤 하지만, 새간인지라 멀리 가지는 않고 호텔 주변만 조금씩 어슬렁 거리다 돌아왔다.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큰일이니...
멀리서 보이는 호텔, 카이스이엔.
주변에 높은 건물이 거의 없어서 멀리서도 아주 잘 보여서 길 잃어 버릴 염려는 별로 없다.
잠시 산책후 먹는 아침.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
1인당 한상으로 각각 별도로 나온다. 사진에 나오는 저만큼이 딱 1인분.
일본식 아침 식사인데 생성구이와 나물 무침, 그리고 절임같은것 몇 종류가 아주 정갈하게 나온다. 생각보다 별다르게 특이한 메뉴는 없어서 먹기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미소시루는 그냥 된장국 처럼 먹으면되고, 쌀밥은 한국에서 먹는 밥이랑 그리 다르지 않다.
조금 특이했던 것은 작은 솥에 부드러운 두부를 끓여서 먹는데, 두부를 땅콩 소스(?) 같은 것에 찍어 먹었던 것 정도? 그것도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그다지 거부감이 드는 맛은 아니라 맛있게 잘 먹었다.
아주 맛있었다거나 맛없다거나 하지는 않고, 그저 무난 무난한 맛이었다.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첫 관광지인 다케오 신사로 찾아 갔다.
가이드 께서 뭐라 뭐라 많이 설명해 주시지만, 잘은 모르겠고 하여간 360년이 넘게산 사람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라서 장수를 상징하는 신사라고 한다.
정면에 보이는 도리이를 지나면 바로 갈수 있지만,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옆으로 돌아서 완만한 경사길로도 갈수 있다.
그쪽 길로 가면 두 그루의 나무가 이어져 있는, 일명 "연리지" 라는 나무가 있는데 그곳에서 부적을 달고 기도하면 인연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깜빡하고 사진을 안찍었네...
그 길을 따라 쭈욱 올라가다보면 다케오 신사가 보인다.
그런데 신사 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
주변에 건물이라곤 본당과 그 옆에서 기념품을 파는 작은 가게가 전부다.
작지만 손을 씻는곳과 소원을 적은 에마를 거는 곳 등. 있을만한 것은 다 있다.
"에마" 가 왜 "에마(絵馬)" 인지 요번에 가이드에게 듣게 되었는데, 원래 옛날에는 신사를 참배할때 말을 가져다 바쳤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신사 주변이 말똥 천지가 되어 나중에는 말을 마치는게 아니라 그냥 말 값은 돈으로 봉납하고 그 대신 나무판에 소원을 적어서 신사에 걸게 되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에마의 유래 (말을 바칠 돈이 없어 말모양 그림을 바쳤다) 와는 좀 다르지만, 이건 뭐 가이드의 설명이고 어차피 설화일 뿐이니 그런 설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면 되겠다.
신사를 구경하며 발견한 "파마의 활".
갑자기 어딘가의 누구가 생각나는군...
신사를 다 구경하면, 신사 뒷쪽의 오솔길이 있으니 그쪽을 통해서 산속으로 들어간다.
한쪽에는 수십미터는 될것 같은 대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 있다. 굵기도 어지간한 다리통 만해서 꽤나 장관. 울산에도 십리 대밭이라고 해서 무성한 대나무 숲이 있지만, 이렇게 굵지는 않았던것 같다.
길 한쪽에는 아마도 삼나무로 추정되는 나무 숲이 있다.
길 하나를 기준으로 한쪽은 대나무 숲, 한쪽은 삼나무 숲이라서 꽤나 독특한 느낌이 난다.
이 길을 따라서 한동한 (대략 5~10분 정도) 나아가다 보면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다.
다케오 녹나무.
어찌나 큰지 사진에 다 담기가 어려울 정도.
옛날에 번개에 맞아 큰 구멍이 뚫렸다는데, 아직도 굳건하게 살아 있다.
나무의 구멍은 그 안에서 제사를 지낼수 있을 정도로 넓다고 한다.
멀찍이서 대충 봐도 20명 정도는 충분이 들어갈수 있을것 같다.
근처에 뭐라 뭐라 써놓은 표지판이 있는데... 일본어 까막눈이라 뭐라는진 잘 모르겠음.
연령이 3000년... 높이가 30 미터... 하여간 크다.
일본에서 6번째로 큰 나무라고 하는데, 6번째가 이정도면 첫번째는 얼마나 크단 얘긴지...
언젠가 제일 큰 나무도 한번 보러 가고 싶다.
평일이라 그런지 신사안은 우리들 빼고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하다.
복작 복작한 관광지도 좋지만, 이렇게 조용하니 이 신사를 우리가 전세 낸것 같아 오히려 더 좋은 느낌이다.
커다란 나무외에는 달리 볼것도 없지만, 그래도 느긋하게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