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1일 목요일

여행 : 추석연휴동안 일본 온천여행 (사가 우레시노) 둘째날 - 03. 벳부 가마도 지옥(かまど地獄)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벳부로 향한다.


패키지 여행의 단점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기록을 남기고자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는 사이 버스는 어느샌가 톨게이트를 지나버렸다.

급하게 촬영 버튼을 눌러 겨우 벳부 표지판의 한쪽 귀퉁이 만을 찍었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수가 없는게 패키지 여행이다.


한참을 달려서 일본에 온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다녀간다는 벳부에 도착했다.
벳부는 온천이 유명한 도시라서 시내 한복판에도 곳곳에서 온천 증기가 솟아 오르는게 보인다.

버스를 세운곳에서 온천의 열로 악어를 키운다는 곳이 보이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그곳이 아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가마도 지옥. 일명 "가마솥 지옥" 이란 곳이다. 이름이 가마솥 지옥이라서 그런지 마스코트도 가마솥에 들어가 있다.


들어가 보면 입구에서 부터 아담한 정원이 맞이해 준다. 역시 고양이를 좋아하는 일본이라서 그런지 군데 군데 고양이를 그려넣은 돌 같은것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정도면 관광 상품으로 팔아도 되겠다 싶다.


하지만, 이곳의 주 볼거리는 온천이다.

주변엔 온천 특유의 유황 냄새 (달걀 껍질 냄새 비슷) 가 흐르고, 드넓은 온천에 에메랄드 처럼 신기한 빛깔의 온천수가 출렁거리지만 이곳에선 온천을 할수는 없다.

그 대신 군데 군데 온천수를 마실수 있는 곳이나 발찜질 같은것을 할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많이 기대한것 치고는 규모가 작고 별달리 볼것은 없다.

그래서 나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 것이 "증기 쇼".


증기 쑈... 라고 해서 별다른게 있는것은 아니고, 안내원이 온천 근처에 군데 군데 서있다가 사람들이 오면 "담배" 를 온천을 향해 후~~~ 불어 준다.


그러면, 이렇게 별다른게 없이 조용하던 온천이...


이렇게 하얀 수증기로 뒤덮힌다.

온천 근처에서 담배 피우다 우연히 발견한 현상이라고 하던데, 공돌이 입장에서 보면 그냥 담배의 미세 먼지가 습도 높은 수중기 사이로 뿜어지며 수분이 응집하는 현상... 쉽게 말해서 구름이 생기는 원리 비슷한것으로 뭐 그렇게 신기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이드 님께서 그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관광객들을 위해서 열심히 수고하시는데 좀 감탄도 해주고 박수도 좀 쳐주시라고 하셔서, 다 같이 "우와 대단하네!!" 라며 감탄도 좀 하고 박수도 좀 쳐주고 했다.

온천 구경을 다 마친후에는 바로 밑에 있는 작은 족욕장에서 족욕을 즐길수 있다.
사실 할게 이거 뿐이라서 이거라도 안하면 여기에 온 의미가 별로 없다.

이곳에서 파는 라무네와 온천 달걀이 정말 꿀맛인데, 일본 특유의 약간 달짝지근한 간장(쯔유) 를 달걀에 살짝 뿌려서 먹으면 참 맛있다.

아쉽게도 족욕을 하면서 음식을 먹는것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달걀을 먹고 족욕을 하던 아니면 족욕을 하고 나서 달걀을 먹던지 해야 한다.


위에서 보던 유유빛 온천수에 잠시나마 발을 담궈볼수 있다. 별로 뜨겁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래 있으면 몸에서 땀이 나며 약간 시원함을 느껴볼수 있다.

긴 버스 여행에 지친 몸을 잠시나마 쉬게 할 수 있어서 노곤하고 좋았다.


문제는 족욕장에 사람이 너무 많다는거...
사람이 많은 만큼 족욕을 너무 오래하지 말고 5~10분 정도 즐기고 자리를 비켜 주는게 좋다.

조금 웃겼던 것은 저 곳에 있던 사람들 상당수가 한국 사람이었던 것이다.

달걀에 라무네를 까서 먹는데 생전 처음보는 사람이 옆에서 "이 라무네 어떻게 따는거에요?"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말로 질문하고 나도 "아, 위에 뚜껑 뜯어서 구멍에 대고 꽉 누르면 되요."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말로 대답하고는 '아참? 여기 일본이지?' 하고 황당해 했었었다. ㅋㅋㅋ

잠시 족욕을 즐기고 온천 달걀에 라무네를 먹은뒤 우리는 또다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호텔 "와타야 벳소 (和多屋別荘)" 에 도착했다.


와타야 벳소는 일본 일왕도 묵었다는 아주 전통있고 유명한 호텔이다.


좋게 말하면 전통있고 오래된 호텔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낡은 호텔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시설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오래된 호텔을 반복해서 리모델링하고 증축하고 하다 보니 건물안이 조금 미로같이 복잡한면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본다운 고즈넉한 분이기가 있어서 좋았다.

단지... 오래된 건물이라서 그런지 와이파이의 품질은 별로 좋지 않았다.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는 한데, 잘 끊어지고 속도도 별로 좋지 않아서 일반적인 웹페이지 정도를 무난하게 볼수 있는 정도고, 게임 같은 것은 수시로 연결이 끊어져서 게임하기에는 좀 힘들었다.


이 호텔에서 제공하는 저녁.
일본 식당의 특징인 1인 1상으로 나온다.

간소한 회 몇점과 샤브 샤브를 해 먹을수 있는 작은 나베가 나온다. 역시나 특별히 거부감이 드는 음식은 없어서 상당히 일본 스러운 무난한 저녁식사다.


찜기에는 오뎅과 야채류, 그리고 정체를 알수 없는 생선 같은것이 있었는데, 이것도 약간 간이 약하다는 점을 빼면 무난한 맛이었다. 물론 각각의 음식 근처에 찍어 먹을수 있는 양념장 같은 것이 있으니 그곳에 적당히 찍어 먹으면 된다.


이곳에선 특이하게 나물을 넣은 밥을 제공했는데, 곤드레 나물밥 비슷한 맛이라 개인적으론 제법 괜찮았다. 만약 이 밥이 싫다면 그냥 맨밥을 요청하면 주니 그렇게 먹어도 된다.

밥을 다 먹고나서 밖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이왕 일본에 왔으니 관광지가 아닌 일반적인 일본인 들이 사는 곳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밤이 깊다 보니 (그래봤자 8시 정도) 너무 어둑 어둑해서 다니기 힘들다.

사가현이 너무 시골 마을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일본 자체가 그런건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간 한국과는 달리 길거리에 가로등이 별로 없어서 길가를 다니기가 무서울 정도로 거리가 어두웠다.

아무리 범죄율이 낮은 일본이라지만, 어두 컴컴한 도시를 홀로 돌아다닐만한 용기는 없어서 근처의 "드러그 스토어" 에서 간단한 안주거리와 맥주만 사고 호텔로 돌아왔다.

 "드러그 스토어" 라지만 우리나라의 작은 마트와 별로 다를것은 없어서, 그냥 "아... 일본사람들은 이런곳에 다니는구나..." 하고 돌아 왔다.


그리고, 역시나 오늘도 온천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이 호텔의 온천은 특이하게 일반 온천과 노천온천이 한곳에 있어서 일반 온천으로 들어가서 노천탕으로 나갈수 있게 되어 있다.

이곳도 온천수가 아주 "뜨겁다" 싶을 정도로 뜨겁지는 않았지만, 어제 머물렀던 온천보다는 온도가 높아서 나름 만족스럽게 온천을 즐기고 느긋하게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