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는 사이 점점 날이 어두워진다.
어둑어둑해지는 주변에 맞추어 근처의 건물들이 하나 둘식 불을 밝히고, 호이안 거리는 낮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변해간다.
낮에도 물론 사람이 많았지만, 날이 어두워지면 점점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느낄수 있다. 특히나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다리에는 저러다 무너지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확실히 그럴만도 하다.
낮에도 관광지 다운 멋스러움이 있는 호이안이지만, 저녁이 되고 등불이 밝혀지면 관광지가 아니라 꿈속의 세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으로 바뀐다.
낮에는 이 더운날 땡볕에 배를 타고 강위를 다닐 생각은 전혀 안들었지만, 해가지고 수많은 등불들을 환히 밝힌 조각배들을 보니 "한번쯤 타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만약 사랑하는 애인과 같이 하는 여행이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좀 그렇다...
가이드는 우리들에게 상당한 자유시간을 주었다. 방금 저녁을 먹은 식당 근처가 바로 야시장 골목이라는 것을 알려주고는 한번 다녀 보라고 한다.
제법 넓은 골목길임에도 불구하고 사방이 노점상들인데다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사람들이 미어터질정도로 많아서 움직이기 조차 어려울 정도.
하지만, 영화 같은것에서나 보던, 숯불에 구워대는 정체를 알수 없는 꼬치구이라던가 맛있어 보이는 크레이프 같은것들... 그리고 수북히 과일들을 쌓아놓고 팔고 있는 수레 같은것을 수도 없이 많이 볼수 있다.
문제는 너~무 덥다는 것...
안그래도 더운데 사람도 바글바글하고 거기에다 여기저기 온 천지에 뭔가를 구워대는 노점상들이 득시글해서 더위에 어지간한 내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선 오래 다니기가 힘들다.
잠시 야시장의 사람들 틈을 헤메다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인파에 뭔가 사먹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금새 강가로 다시 나와 버렸다.
강가로 나오니 그나마 살것 같다.
멋진 호이안 야시장이지만, 야시장과 강가를 구경하고 나면 그다지 볼것은 없다. 실제로 야시장 주변은 사람이 미어터지도록 많지만, 야시장을 벗어나 5분정도만 걸어가도 눈에 띄게 사람이 줄어들어 한산하다.
복작복작한 야시장도 좋지만, 체력이 너무 딸려서 남은 자유시간 동안 근처의 까페에서 보내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저렇게 많은 인파가 가로 막아도 "내 언제 다시 여길 오겠나!!" 하며 기를 쓰고 돌아 다녔겠지만 ... 이젠 힘들기도 하고 좀 귀찮기도 하고... 뭐, 언제 또 올 일 있겠지... 좀 편하게 살자...
그래도 사람 구경은 또 참 재미있어서 바깥이 훤히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일단 더우니 다 필요 없고 일단 시원한거...
아이스 코코넛 커피를 하나 시켜 먹어 본다.
코코넛 커피라곤 하지만, 그냥 아이스 라떼에 코코넛 칩을 조금 올려둔 맛이다. 달달하고 맛은 좋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먹어 볼수 있는 느낌의 맛.
이왕 베트남에 왔으니 좀 베트남스러운 것도 먹어 봐야지? 메뉴에서 상당히 색달라 보이는 메뉴를 발견하고 하나 시켜 보았다.
"egg coffiee (계란 커피)" 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것 과는 좀 다른데? 난 커피에 계란을 넣어 먹는다고 해서 커피에 계란 노른자가 동동 떠있는 커피를 기대 했었는데, 나온 커피에는 아무리 살펴 보아도 계란의 흔적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거 그냥 카푸치노 같아 보이는데?
그냥 카푸치노 같아 보이는게 아니라, 진짜 카푸치노하고 비슷한 맛이다. 조금 다른게 있다면 뭔가 일반적인 카푸치노 보다 조금 더 찐득하고 기름진 단맛이 난다고나 할까?
너무 친숙한 맛이라 살짝 실망하기는 했는데, 커피 자체는 달달하고 맛이 있어서 잘 마셨다.
약간 친숙한 맛이긴 하지만, 잘 음미해 보면 일반적인 카푸치노와는 조금은 색다른 맛이라서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커피에 계란이 들어간다고 겁내지 말고 한번 드셔보아도 좋을것 같다.
에그커피를 홀짝 거리며 이게 도대체 카푸치노와 뭐가 다를까 고민하는 사이 누군가가 테이블 옆 공연대에서 뭔가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 그냥 대충 앉은 자리였는데 마침 라이브 공연대 바로옆 자리였다.
한곡만 듣고 나가야지 하는데, 좀처럼 노래를 불러 주지 않는다. 뭔가 맘에 들지 않는 것이 있는듯, 마이크 테스트만 한참을 한다.
그러다, 까페이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것 같아 슬슬 자리를 비켜주고 카페를 나가려 하자 겨우 한곡조 시작한다. 솔직히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 것 같지는 않다.
까페 밖은 나와보니 여전히 주변은 북새통이다.
잠깐 쉬었더니 힘이 좀 난다. 이제라도 다시 야시장 안쪽으로 모험을 떠나 볼까... 싶지만, 아쉽게도 이젠 집합시간이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던 다른 일행들도 하나 둘씩 돌아오고 모든 일행이 모이자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이동 했다.
호이안 야시장 거리를 거의 빠져나오자 어마어마한 수의 오토바이가 주차 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이런곳이 여기 한곳이 아니고 몇 군더 더 있다고 하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좁은 야시장에 몰려 있는 것일까?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오늘만 그런게 아니라 일년 내내 이렇게 붐빈다고 한다.
큰길가에 나와 보니, 왜 호이안에 올때 관광 버스로 이곳까지 오지 않았는지가 이해 된다. 나름 찻길일텐데 차와 사람이 그냥 같이 섞여 다닌다. 차와 차 사이에 오토바이가 다니고 그 오토바이 사이 사이로 사람들이 태연하게 걸어다니는 모양새다.
사람과 차와 오토바이가 한데 얶혀져 좀처럼 움직이지를 못한다. 사고가 안나는게 신기해 보일 지경이다. 조그만 오토바이들은 어떻게든 요리 조리 빠져나가지만, 작은 승용차들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커다란 관광버스로 왔으면 밤새 길위에 서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듯, 가이드는 미리 불러둔 작은 버스에 일행들을 조금씩 나눠 태우고 먼곳에 주차해둔 관광버스로 데려다 주었다.
이렇게 2일... 사실상 첫날 일정이 끝났다.
처음에 바구니 배를 탈때만해도 왠지 외국에 온 느낌이 나지 않았는데, 호이안 시내와 야시장을 돌아보고 나니 진짜로 베트남에 온 실감이 나서 좋다.
다시 어제 묵었던 호텔로 돌아 오자 아침부터 빠듯한 일정에 지쳤던 몸을 대충 씻고 금세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