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에서 은근히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는 "The boys" 드라마가 있다.
확실히 어느정도 인기가 있을수 밖에 없는것이, 기존의 허어로 드라마의 틀을 완전히 깨버리고 있어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문제는 그 깨는게 정도가 좀 너무 심해서 완전 "히어로판 막장 드라마" 를 찍고 있어서 문제지...
드라마속 세계는 슈퍼히어로가 흔하게 존재하는 세계.
대놓고 슈퍼맨 패러디인 "홈랜드". 대놓고 원더우먼 패러디하는 "퀸 메이브". 누가봐도 플래시 패러디인 "A트레인" 등... 누가 봐도 다른 만화 영웅들을 비꼬는듯 보이는 영웅들이 수루룩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어느정도 슈퍼히어로가 흔하다 보니 슈퍼히어로 사이에서도 등급이 제법 나뉜다.
히어로들 중 인기가 많은 히어로들은 일종의 기획사(?)가 관리하에 거의 연예인 취급을 받으며 떼돈을 벌지만, 당연히 그 외의 다른 비주류 히어로들은 잡다한 이벤트 행사장이나 찾아다니며 소일거리로 생계를 유지하곤 한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인기를 얻기위해 비굴하게 애쓰고...
그냥 현재 연예계판을 슈퍼히어로로 대체하면 딱 그 모습이다.
이 드라마를 보며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이 드라마 참 현실적이다." 싶은 생각이었다.
일반적인 만화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가며 세계를 지키곤한다.
어릴적에야 당연히 그런줄 알았지만, 어느정도 머리가 커진 지금은 "그럴리가 없다" 라는 것을 잘안다.
그렇지 않나?
예를들어 만약 자신이 물위를 걸어 다닐수 있는 초능력이 있다면 뭘 하겠나? 그 능력으로 사람들을 구하러 다닐까? 아닐껄?
그걸로 "스타킹" 같은데 출연해서 장기자랑이나하고, 좀 유명세를 타면 그 능력으로 기업 광고나 받아서 편하게 먹고 살려하겠지...
"The boys" 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은 그렇다.
범죄자들과 싸우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는 것은 그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쇼" 일뿐.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들이 잘먹고 잘살려고 할 뿐이다. 그리고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The boys" 는 이런 설정을 기반으로 시작한다.
이런 세계에서 주인공은 평범하게 전자 제품판매 샵에서 일을하는 점원.
그야말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생활을 하던 그에게 어느날 뜻밖의 일이 닦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슈퍼히어로 집단인 "세븐" 의 멤버인 "A트레인" 이 약에 취해서 주인공의 애인을 관통해 달려 버린 것이다.
당연히 그의 애인은 그의 코앞에서 초 스피드로 달리는 A트레인과의 충돌로인해 그야말로 먼치처럼 "산산조각" 나 버린다.
이런 사고를 내 놓고도 A트레인은 어영부영 자리를 피해버리고... 이 사고는 기획사(?)인 "보우트" 에 의해 돈으로 얼렁뚱땅 무마되어 버린다.
억울하지만 가난한 일개 점원이 돈도 권력도 많은 슈퍼히어로들을 상대로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렇게 무기력하게 절망에 빠져있던 그의 앞에 "부처" 라는 인물이 나타나고, 억울하게 슈퍼히어로들에게 피해를 입었던 사람이 주인공 혼자만이 아니란것을 알게 되면서 그들이 뭉쳐 "슈퍼 히어로" 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얘기다.
줄거리만 보면 그냥 평범한 시민이 나쁜 슈퍼히어로들을 무찌르는 정상적인 얘기 같지만... 그것은 초반에만 그렇다.
평범한 슈퍼히어로 패러디 드라마로 시작했던 "The boys" 는, 초반 이후로 느닷없이 그냥 막장 드라마로 돌변한다.
한마디로 제 정신인 놈이 없다.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위해서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슈퍼히어로들도 제정신이 아니긴 하지만, 복수하겠답시고 감금이나 협박, 사기 정도는 우습게 저지르는 주인공들도 제정신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대사가 이것이다.
"그래. 내가 그녀를 죽였지. 그래도 그건 실수였어!! 하지만, 넌, 의도적으로 그를 죽인거야."
이 대사를 들으면서 드라마를 보는 나도 어느쪽이 "정의" 인지 헷갈리기 시작할 정도 였다. 그 정도로 양쪽다 "괴물" 들이긴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이런 막장스러움의 최종보스라고 할수 있는 "홈랜드" 의 무시무시함은 공포스럽다 못해 어이가 없을 정도.
거의 "무적" 이면서 크립토나이트 같은 약점도 없다.
사람 죽이는데 눈꼽만큼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처음에는 힘만 쎄지 머리는 나쁜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등장인물 전체를 가지고 놀고 있었을 정도로 약삭빠른 놈이었던지라 저런 "악마" 같은게 현실에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다 솟을 정도 였다.
과연 이런 놈을 주인공들이 상대할 수 있을까?
"세븐" 중에서 별 능력도 없는 투명 인간 한 놈 죽이는데도 거의 죽을뻔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주인공들이 뭘 믿고 설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 아무리 봐도 상대가 전혀 안되는데? 이거 밸런스 패치좀 해야되는거 아닌가?)
"The boys 시즌1" 은 능력도 없는 주제에 어떻게든 "슈퍼히어로" 들을 쓰러뜨리려 고군분투하지만 결국은 그 주인공들이 실패하고 끝없는 절망에 빠지것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설마, 그 정도까지 막장은 아니겠지?" 했던 그 설마가 실제로 이루어지며 한국 막장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 축에도 못들정도로 극도의 막장스러움을 연출하며 시즌1이 끝났다. (주인공들 완전 뻘짓을 한것)
이렇게 끝나면 시즌2를 안볼수가 없잖아...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으로 보이는 "The boys" 의 후한 평가가 조금 과장된 면이 있다고 본다.
재미 없는것은 아니지만 그 재미의 대부분은 그 드라마의 "막장스러움(출생의 비밀, 불륜, 애인의 뒷통수 등등)" 에서 온다. 막장 드라마라서 흥미진진하긴 한데, 그 외에는 딱히 재미있을만한 부분이 없다.
적은 "슈퍼 히어로" 들인데 주인공은 그냥 인간이라서 "액션" 씬이 그다지 없는데다 (제대로 싸우면 주인공들 순삭가능) 있어도 금방 끝난다, 주인공 일행이 그다지 유능하지도 않아서 "추리 소설" 같은 재미도 별로 없는편 (주인공이 유능했다기 보다는 그냥 얻어걸린듯한 느낌으로 비리를 파헤침).
단지 혐오스러울정도로 적나라한 폭력과 보기 불편할 정도로 엽기적인 성행위. "정의" 로 포장된 "이기주의" 의 연속으로 이놈도 나쁜놈, 저놈도 나쁜놈, 우리 모두 나쁜놈 으로 만드는 불편한 진실들... 쉽게 말해 "막장" 의 연속.
이 막장스러움이 기존 히어로 드라마와는 다른 신선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다 보고 난 뒤의 느낌은 냉정하게 따지면 아무런 결론도 없는 얘기를 그냥 그럴듯하고 장황하게 늘어놨을 뿐이라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치고 환장할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결론날지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계속 보게되는 그런 "막장 드라마" 의 미국판이 "The boys" 다.
이런 "막장스러움" 이 원작에 비하면 많이 순화 된것이라고하니... 으... 정말이지...
혼자서 남몰래 보기에는 괜찮지만 이걸 다른 사람과 같이 보기엔 많이 꺼려지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