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1일 월요일

추천 웹툰 : 둘이지만 하나인 이야기 "미호 이야기" / "한줌 물망초"


개인적으로 정말 "아름답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고 평하는 혜진양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중 하나가, "미호 이야기" 와 "한줌 물망초" 다.

이 두 이야기는 두개의 이야기 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두 이야기를 모두 읽지 않으면 어느쪽도 반쪽짜리 이야기가 되어 완전한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어느 한쪽 이야기만 읽어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이해를 할수가 없다.

그러니, 이 두작품은 반드시 같이 읽어야 한다.


우선 "미호 이야기" 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미호 이야기" 는 "구미호" 이야기.

혜진양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원래 있던 이야기를 살짝(?) 꼬아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데, 이번엔 구미호 이야기를 살짝 꼬고 있다.

우리들에게 흔이 알려진 이야기는 구미호가 인간의 간 100개를 먹으면 인간이 된다는 이야기 인데, 이 이야기에선 그 전설에 "숨바꼭질" 이라는 이야기를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간단한 줄거리는 구미호에게 제물로 바쳐진 여인들이 살기 위해서 구미호와 내기를 하게 되는데, 그 내기의 내용은 그녀들이 낳은 아이들이 12살이 되던날 구미호가 그 아이들을 모두 찾아낸다면 구미호가 이기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호 이야기" 는 구미호로 부터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되겠다.

하지만 ... 이 줄거리는 그저 표면적인 줄거리일 뿐이다.


실제로는 구미호 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우정, 배신, 의심... 등의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 이다.

심지어 구미호 조차 그저 등장 인물의 하나일 뿐, 진짜 이야기는 숨겨져 있다. 그리고 그 진짜 이야기가 드러나는 순간, 독자는 그 막장스러운 이야기에 당황을 넘어서 황담함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난 "미호 이야기" 를 보통 추천작으로 잘 꼽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미호 이야기 결말을 보았을때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용두사미" 라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호 이야기의 숨겨진 진실은 그야말로 이야기의 너무 마지막까지 꼭꼭 숨겨서 이야기가 끝나기 직전에서야 겨우 드러나고, 그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은 뭔가 할말이 다 있는데 그걸 중간에 끊어버린것 같은 답답함이 좀 남아서 남들에게 추천하기는 좀 힘든, 그런 이야기 였다.

하지만, 이 답답함을 다음 작품에서 시원하게 뚫어 준다.
그게 바로 한줌 물망초.


"미호 이야기" 가 옛날 옛적 이야기라면 "한줌 물망초" 는 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이쯤이면 대충 예상이 되겠지만, "한줌 물망초" 는 "환생" 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한줌 물망초" 가 시작 할 때에는 "미호 이야기" 와 관련성을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뜬금없이 도깨비와 그가 사랑하는 선비 이야기로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도입부 이야기는 잘알려진 이야기를 살짝(?) 꼬아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혜진양 작가의 특기가 한껏 발휘된 도입부이다.

도깨비와 선비 이야기는 "거짓" 은 아니지만 "진실" 역시 아니었고, "드러난 것" 보다 "숨겨진" 이야기가 더 많으며, "미호 이야기" 와 "한줌 물망초" 의 시작이자 끝인 이야기다.


"한줌 물망초" 의 간단한 줄거리는 어떤 선비를 사모하는 도깨비는 그 선비가 죽자 그를 계속 환생시키면서 언젠가 그가 도깨비를 기억해 주기만을 몇백년 동안이나 기다려 왔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시작되자 마자 황당한 "모순" 이 등장하는데...

"선비" 의 환생으로 추정되는 "신기루" 라는 등장인물은 "남자" 가 아니라 "여자" 다!! 이게 어떻게 된 일 일까?


그것도 모잘라서 단 1화만에 주인공은 사고로 비명횡사를 해 버린다.
너무 화끈한 진행에 당황 스럽기 그지 없다.

하지만, 작가는 당황하는 독자를 아랑곳 하지 않고, 태연하게 이야기를 계속 풀어 나간다.

그리고, 이야기는 주인공이 사고나기 이전과 그 이후.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전생" 을 하나씩 풀어 나감으로서 진행된다. 그리고 그 과거와 그 과거보다 더 먼 과거 이야기가 점점 드러나면서 "한줌 물망초" 에서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드러나며, 그와 동시에 "미호 이야기" 에서 다 드러나지 않았던 "진짜 진실" 이 여기서 드러나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순수한 도깨비와 그야 말로 인간 그 자체인 선비, 그리고 그 숨겨진 이야기 때문에 아무런 악의 없이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전생자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되겠다.


아무런 악의도 없었지만, 결론적으론 그렇게 만든 셈이라서 임나누리의 이 비난은 처음 이 장면을 봤을땐 "뭐 저럼 미친놈이 다 있냐?" 싶은 느낌이지만, 끝까지 다 읽고 다시 읽었을땐 그의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되어서 뭐라 말을 할수가 없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가 그저 "착한 사람" 이지도 않고, 도깨비도 그냥 "악당" 이라기엔 나름 "피해자" 이기도 해서 이 이야기를 읽는 중간쯤엔 조금 답답한 느낌도 든다.

그래도 결국은 "한줌 물망초" 이 등장인물은 그래도 행복한 결말을 맞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고구마라도 먹은듯 답답하게 느껴졌던 "미호 이야기" 의 궁금증도 어느정도 해소되어 이제야 "미호 이야기" 도 내 추천 작품에 넣을수 있게 되었다.

사실, 혜진양 작가의 작품은 꽤나 호불호가 갈릴만한 작품이긴 하다.


전에도 얘기 했듯, 희극과 비극을 너무나 자유롭게 넘나들어서 이게 코미딘지 다큐멘터리인지, 스릴러 인지 헷갈리게 하기도 하고, 너무나 느닷없이 섬뜩한 장면이 끼어 들기도 하면서 사람을 좀 불편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수채화 같기도 하고 한폭의 수묵화 같기도한 미려한 그림은 혜진양 작가의 장점이 아니라 할수가 없다.


게다가 익숙한 이야기들을 몇번 빼빼 꼬아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개조해 버리는 센스는 정말 감탄 스럽기 그지 없다. 단지 하나의 흠이 있다면 그 개조된 이야기가 해피 엔딩은 아니라서 문제. 마치 예전에 유행했던 "알고 보면 잔혹한 동화 이야기" 를 웹툰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여러모로 장점만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한 혜진양 작가와 같은 스타일의 작가는 또 없기에 언제나 신작 혹시 나온거 없나... 하고 기웃거리게 만드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