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7일 수요일

[Drama] 흑인들의 갱스터 드라마 "루크 케이지 시즌1"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 중 하나인 "루크 케이지".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의 도입부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중 루크 케이지의 도입부는 제시카 존스 다음으로 마음에 든다.

루크 케이지의 총알도 뚫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육체" 라는 특징을 한눈에 알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것이, 정말 "수컷" 들의 드라마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것 같다.

하지만, 이런 강렬한 첫인상에 비해 드라마 자체는 좀 ... 어중간 한편.

애초에 루크 케이지가 가진 능력이라고는 "튼튼한 몸뚱이" 하나 밖에 없는, 그야말로 수많은 마블 히어로중에서 맨~~ 뒷줄에 겨우 엉거주춤하게 서 있을 정도로 별 볼일 없는 영웅들중 하나라서 좀 임팩트가 약한 면이 있다.

그러고 보면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의 등장 인물들이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 모두가 일반인보다 약간 강할뿐 별다른 초능력이 없는 (쉽게 말해 CG 가 필요 없어서 싸게 만들수 있는) 캐릭터 들이다.


하지만, 총알이 뚫을 수 없는 강한 육체라는 설정은 기존 넷플릭스 마블 드라마의 영웅들 중에선 그나마 가장 "초능력자" 다운 모습을 보여 준다.

총알이 빗발치는 한가운데서 한숨을 푹~ 내쉬며 뚜벅 뚜벅 걸어가 상대방 멱살을 움켜잡고 벽에 콱 쳐박아 제압하는 모습은 정말 "영웅" 그 자체.

하지만, 드라마는 이런 멋진 초능력을 비교적 잘 못살린 편이다. (초반엔 괜찮은데 후반엔 방탄이라는 능력이 거의 의미 없어짐)


초반에는 제법 무난하게 진행된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있던 주인공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생체 실험을 당하게 되고, 그로 인해 어지간 해서는 상처를 입지 않는 튼튼한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감옥을 탈옥하게 되어서 "도망자" 신세가 되는 바람에 뒷골목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살게 되는데... 하지만, 할렘 뒷골목은 조용히 살고자하는 그를 가만이 놔 주지 않고 수많은 사건으로 그를 괴롭힌다.


이렇게 초반에는 일반인이 어떻게 손을 댈수 없는 먼치킨인 루크 케이지와 이 X자식을 어떻게든 처리하려는 뒷골목의 큰손인 "코튼 마우스" 사이의 알력 싸움이 주된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의 아지트 한가운데까지 뚜벅뚜벅 걸어와 부하들을 묵사발 내놓는데도 총도 칼도 주먹도 아무것도 통하지 않으니 어쩔수 없이 그냥 멍하니 두고봐야되는 "코튼 마우스" 와 탈옥한 도망자 신세라서 큰 사건을 일으킬수도 없으며 "코튼 마우스" 를 죽일수는 더더욱 없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루크 케이지" 와의 미묘한 균형이 제법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조성해 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주 명작이라고는 할수 없을지라도, 아주 "독특한" 드라마 정도는 되었다.

어? 그런데 드라마 중반부 쯤에서 갑자기 "코튼 마우스" 가 느닷없이 퇴장해 버린다?

최종 보스 분위기를 풍기던 악당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사라지고 새로운 악당이 최종 보스로 등장하게 되는데, 이 최종 보스가 루크 케이지를 상대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기는 하지만 ... 코튼 마우스가 보여주었던 그 "독특한" 느낌은 별로 없다. 그냥 어디서나 볼수 있는 평범한 악당 정도?

게다가 총알을 막아내는것이 주된 초능력이었던 루크 케이지의 능력이 새로 등장한 악당에겐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전까지만 해도 먼치킨 이었던 루크 케이지가 갑자기 평범한 시민으로 강등된다. 이래서야 "슈퍼 히어로 드라마" 가 아니잖아?

이 시점을 기준으로 "재미 있지도 없지도 않지만 독특한" 드라마가 "재미 있지도 없지도 않은" 드라마가 되어 버린다.


"코튼 마우스" 가 아무 능력이 없는 뒷골목 깡패들 보스라서 "루크 케이지" 가 감당이 안되니 "루크 케이지" 를 상대할 수 있는 강력한 악당을 등장 시킨것으로 보이는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코튼 마우스" 를 퇴장 시킬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을까?

사실 "코튼 마우스" 가 그렇게 대단히 매력적인 케릭터는 아니었다.

"킹핀" 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주변을 휘어잡으며 뛰어난 머리로 주인공을 쥐고 흔들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지만, 험한 뒷골목에서 산전수전 격으며 살아남은 깡패 답게 약간은 어설프지만 물리적으로 상대가 안됨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루크 케이지와 맞짱을 뜰려는 깡다구는 있는 캐릭터라서 앞으로의 행보가 은근히 기대 되는 캐릭터였다.

그 뒷골목 깡패 다운 특유의 껄렁껄렁함이 분위기 메이커로서도 상당히 괜찮았고...

하지만, 드라마 초반에 느껴지던 "갱스터 무비" 스러운 느낌이 "코튼 마우스" 의 퇴장과 함께 거의 다 없어져 버리고, 그 뒤로 느껴지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분위기가 시즌2 까지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 뒤로는 평범하게 루크 케이지가 위기를 격고 그 위기를 극복하면서 적을 쓰러뜨리고 승리하는 스토리로 이어지는데, 다른 만화나 영화에서 흔히 보던 진부한 진행이라서 딱히 재미 있지도 없지도 않게 진행된다.

만약 "코튼 마우스" 가 끝까지 존재하기만 했었어도, 똑같은 스토리로 진행되더라도 느낌이 완전히 달랐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드라마를 보는 내내 "코튼 마우스" 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지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