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예전에는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몇번 본적은 있지만 어설픈 분장에 알아듣지도 못할 노래만 몇시간이고 주구장장 불러대서 지루하기만 해서, 뮤지컬이란 그냥 그런거 좋아하는 고상한 사람들이나 보는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중, 어느날 우연히 TV 에서 방송되던 뮤지컬 "Cats" 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아. 뮤지컬이 재미없는게 아니라 내가 본 뮤지컬들이 재미없는거였구나..."
뭔가 어설픈 분장에 마치 자신이 진짜 고양이라도 되는양 뻔뻔한 얼굴로 고양이 연기하는 연기자들은 처음에는 우습게 보이지만, 점점 뮤지컬에 빠져들면서 저 사람들이 정말 전생에 고양이였던게 아닌가 싶고 이젠 정말 그들의 노래가 고양이들이 대화하는듯 들리는 그 몰입감은 정말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신세계였다.
정말 현실감있는 느낌은 단순히 진짜 현실과 얼마나 닮았는냐가 아닌 얼마나 현실 같으냐 인것 같다.
현실에 있을리가 없는 얘기들이지만, 진짜 고양이 같은 몸짓과 정말로 고양이들은 저렇게 생활 하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럴듯한 얘기들은 몇번을 다시 보아도 흥미진진해서 지금도 일년에 몇번 정도는 다시 찾아 볼 정도로 푹 빠져 있다.
뮤지컬의 내용 자체는 단순하다.
애초에 원작이 여러편의 "시" 였기 때문에 특별한 줄거리 같은 것은 딱히 없고, 일년에 한번씩 제리클 고양이들이 모여서 무도회를 연다는 내용.
특별한 것은 그들의 지도자가 그들 중 한마리를 선택하여 천상의 나라로 보내준다는 것 정도. 하지만, 딱히 서로 환생하려고 다투거나 하는것은 아니라서 그것 자체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서로 누가 될지 궁금해 하며 서로를 돌아보는 내용.
이쁜 고양이, 난폭한 고양이, 싸움 잘하는 고양이, 멋쟁이 고양이 그리고 다 죽어가는 고양이 등등...
별다른 사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고양이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지만, 뮤지컬인만큼 노래도 빠질수가 없다.
대략 20마리 정도? 되는 고양이의 사연이 소개되는며 그 각각이 주제가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단 한곡도 버릴만한 곡이 없어서 정말 보는 내내 귀가 호강하는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그리자벨라" 의 "메모리(Memory)". 뮤지컬 캣츠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어디선가 들어봤을 명곡중 하나다.
흘러가 버린 옛추억을 회상하며 부르는 이 노래는 슬픔과 희망을 동시에 노래하고 있지만, 들을때 마다 너무 가슴이 아파서 쓰린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더 아련해 지는 "메모리(Memory)" 를 들을때마다 내가 또 조금더 나이가 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좀 씁쓸한 느낌도 든다.
아무튼, 혹시라도 나와 같이 뮤지컬하면 재미도 없고 지루한 연극같은것...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꼭 한번 "뮤지컬 캣츠" 를 찾아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