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일 금요일

[Movie] Rest In Peace "람보4 (원제 : Rambo, 2008)"

한 시대를 풍미한 블록버스터였던 "람보".

하지만 알고보면 "람보1편" 은 "라스트 블러드" 라는 영화였지 "람보" 는 아니었고 "람보3" 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사라진 영화였기에, 실제로는 우리가 아는 람보는 "람보2" 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람보" 라는 "캐릭터" 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람보2" 단 한편 뿐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한지 30년이 넘은 지금도 인간병기나 슈퍼군인하면 "람보" 가 빠지지 않는다. 만약 "람보3" 가 웬만큼만 흥행 했어도 지금까지 시리즈가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하지만 "람보3" 의 흥행 실패로 그 이후론 후속작 제작이 멈춰버렸고, 몇번인가 "람보4" 제작이 추진되다가 무산되었고, 결국은 "람보3" 이후 무려 "20년" 이나 지난 2008년에서야 겨우 "람보4"가 제작되었다.

20년이나 지난 후에 후속작이 제작되다니...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정말 람보의 매력이 대단하긴 대단한가보다.

참고로... 지금까지 람보1, 람보2, 람보3... 이렇게 말을 하긴 하지만, "람보 / 람보2" 라는 제목의 영화는 이 이전까지 제작된 적이 없다.

어처구니없게도, 우리가 "람보4" 라고 알고 있는 "람보4" 가 사실은 최초로 "람보" 라는 제목을 가지고 제작된 진짜 "람보" 가 되겠다. (헷갈리니까 이후로는 그냥 "람보4" 라고 지칭함.)


4번째로 제작된 "람보" 주인공 영화의 제목이 "람보" 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실...

어쨌거나, 20년의 세월을 지나 우리의 람보가 되돌아 왔다.

... 아... 그런데... 돌아온것은 반가운데...

솔직히 말해서 영화가 좀 ... 추천해줄 ... 만하지가 못하다.

개인적으로 "람보3" 가 폭삭 망한 이유가 빈약한 스토리라고 생각하는데, "람보4" 도 뭐... 별반 다르지 않다.

말하자면 "람보3" 가 "람보2" 를 재탕한 영화라면, "람보4" 는 "람보3" 를 재탕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구할 포로가 다르다는것을 빼면 "람보3" 와 거의 똑같다. 그냥 화려한 액션씬만 가득할 뿐...

사실, "람보" 가 나오는 영화라는 기대감을 낮추고 영화를 보자면 흔한 액션영화와 비교해서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무려 20년이나 지나서 만들어진 2000년대 영화 답게 훨신 화려하고 사실적인 폭파씬과 총격씬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그냥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냥 무난하게 볼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단지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초반 도입부가... 좀 ... 너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답답하게 진행된다는게 문제다.


영화는 미얀마에서 뱀을 잡으며 생활하는 람보의 늙수그레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람보 1, 2 의 그 늠름한 모습을 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이 쌓인 람보의 늙은 모습을 보니 그냥 눈물이 왈칵 나올것만 같다. (ㅠㅠ)

그건 그거고...

하여간 평화롭게 은둔 생활하는 람보에게 선교사 일행이 와서 자신들을 배에 태워서 어딘가로 데려가 달라고 요청 하는데 ... 이게 참 문제인게...


그 당시 미얀마는 한창 내전 중이고, 선교사들의 목적지가 미얀마 군부가 민간인을 마구 학살 하고 있는 현장 한가운데라는 것. (군인들이 민간인들을 지뢰 지대에서 뛰게 만들고 내기를 하는 장면이 몇번이나 나온다)

이 초기 도입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 되는데... 영화 초반에 혼란한 미얀마 상황을 보여주며 군부에 의해 살해 당한 시체들이 길바닥에 버려지고 물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어 도저히 함부러 들어갈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한참이나 보여 주는데, 바로 이곳을 선교사들이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아니!!! 좀!! 가지 말라면 가지 말라고!!!

위험하다는것을 모르는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기어코 가려고 하는지...

람보도 당연히 단칼에 거절하지만, 선교사의 간곡한 설득에 결국 데려다 주고 만다.


그리고, 당연히 선교사들이 도착한 마을은 얼마되지 않아 "퍼벙~~" .... 선교사들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연락 두절...

요기까지가 영화의 약 1/3 약간 넘는 지점이다.
(솔직히 말해 도입부가 아예 없는편이 더 나았을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는 선교사들을 죽음을 불사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려는 천사같은 사람들로 포장하고 있었던가 본데... 영화는 아무리 봐도 그냥 개똥철학을 고집하는 미XX 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미얀마군에 학살당한 민간인 시체가 길거리에 가득하고 강에는 해적들이 득실득실 한데, 그 전장 한가운데 의료 봉사를 하겠다고 들어가는게 제정신으로 할수 있는 일인가?


그래도 자신이 데려다 줬다고 책임감을 느끼는것인지 람보는 고민 고민하다 결국 그들을 구출하러 나선다.

예를 들어...

만약,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하러 간곳이 전쟁터 한복판이 아니라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거주하고 있는 안전지대 같은 곳이었다면 어떨까?

람보는 안전한 곳이라고 여기고 데려다 줬는데, 미얀마 군이 느닷없이 안전지역에 침입하여 사람들을 학살하고 자원봉사자들을 포로로 끌고 갔다면... 그래서 람보가 책임감을 느끼고 그들을 구하러 갔다면?

만약 그랬다면 훨씬 납득이가는 진행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누가봐도 위험한 지역인데 거길 겁도없이 똥고집을 부려서 들어갔다가 예상대로 미얀마군에 습격당해 끌려갔는데... (내 그럴줄 알았다) 거기에 람보가 끼어들어 그들을 구해줄 의리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이 안되는 이야기 진행이지만...

뭐, 람보가 천사라서 그 XXX 들을 구해주러 간다고 억지라도 납득하고 보면 그 뒤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다시말해 초반 진행이 너무 억지 진행이라서 그렇지 후반부 액션은 나름대로 제법 괜찮은 편이다.


최근에 제작된 영화라서그런지 예전 처럼 옷에 빨간 잉크 주머니 넣고 터트린듯한 액션이 아니라 정말 총을 쏘고 총에 맞는듯 실감나는 액션이 벌어진다.

총알에 몸뚱아리에 구멍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터지는 폭탄에 인간이 산산조각나며 사방으로 흩어진다던지 기관총탄에 인간의 몸이 가로/세로로 쪼개진다던지, 저격 총탄에 머리가 수박처럼 터진다던지 하는 효과가 제법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수위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은근히 잔인하므로 감상시 주의)


람보2까지만해도 잠입 게릴라 비슷하게 적을 얌전이 죽였던것에 비하면 람보4의 람보는 거의 양민 학살 수준으로 미얀마 군을 갈아 버린다. (진짜로 피와 살점이 날라다닌다)


여기에 람보를 설득했던 선교사의 멘붕은 덤.

당연히 우리의 람보는 적들을 싸그리 쓸어 버리고 우리의 포로들을 구출해서 나온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의 진짜 의미를 꼽는것은 이런 람보의 늠름한 모습이 아니다.


미얀마 군에 잡혀있던 선교사들을 모두 구출한후, 람보는 드디어 어딘가로 떠난다. 이 장면은 마치 "람보 1편(퍼스트 블러드)" 의 도입부를 다시 보여주는 듯해서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수많은 전장을 헤치고 수십년의 시간이 흘러서 람보는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람보 1편 부터 어디에도 환영받지 못하고 구박받으며 한곳에 정착하지도 못하고 세계 곳곳을 떠돌이처럼 떠돌았던 람보... 그 선교사 여자가 다 맘에 안들지만 단 한 가지 역할만은 맘에 들게 해 줬다.

람보를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 보내준 것...

개인적으론, 람보의 팬이라면 단지 이 한장면을 위해서라도 "람보4" 를 한번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람보... 그동안 힘들었으니 이제 편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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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왜 또 돌아오는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