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자동의 활어 직매장에 다녀왔다.
원래는 컨테이너 박스 같은 간이 건물로 수년동안 운영되던 곳이었는데, 올해 초 (대략2월쯤) 리모델링을 하여 제대로된 건물을 세우고 운영하고 있다.
직판장 뒤에는 넓은 주차장도 조성되어 있으나, 최근엔 경기 탓인지 주말임에도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한창 잘나갈때는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 였는데...
새 건물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예전에 비해 깔끔해진 모습니다. 보통 이곳에서 횟감을 구입한뒤 포장해 가거나 아니면 근처의 초장집으로 배달해 달라고 해서 먹는다.
그런데...
여기서 횟감을 고르는 도중 약간 황당한 일이 있었다.
여기저기 정신없이 구경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엉덩이를 툭! 치고 지나가는게 아닌가? 그것 자체는 별문제 아니지만 그 후 무심결에 내 뒷주머니를 슬쩍 만져보니 지갑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소매치긴가?
정자 회센터에 십년이 넘게 다녀도 소매치기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적이 없기에 설마 그럴리야 있겠나 싶었지만, 뒷주머니에서 만져지지 않는 지갑은 그런 의심을 들게하기에 충분했다.
내 엉덩이를 치고 지나간 사람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고,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정신이 다 혼미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미치고 환장할 일은... 내가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내가 집에서 나올때 지갑을 잊어먹고 가져오지 않은 것인지 확신을 할수 없다는 것이다.
집에 당장 전화해서 책상위에 내 지갑이 있는지 확인해보면 금방 알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으니 ...
답답하다.
차라리 소매치기 당한게 확실하면 경찰에 신고라도 하겠는데, 만약 아니면? 그랬다가 집에 가보니 책상위에 내 지갑이 놓여있다면 그 때는 어쩔것인가?
저녁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당장 집으로 달려가서 집에 지갑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지만, 나 혼자 여기 온것도 아니고 집까지 그리 금새 갈수 있는것도 아니라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말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만 있었다.
지갑을 잃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집에가니 멀쩡하게 지갑이 놓여있던 경험을 이미 몇번 해 본터라 고민은 더 깊어진다.
전전긍긍하며 혼자서 끙끙 앓고 있지만, 분위기를 해치기 싫어서 그냥 회를 산 일행을 따라 근처 초장집에 들어간다.
맛도 못느끼고 그냥 어서 빨리 밥먹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안절 부절하며 묵묵히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지 조금 흐리던 하늘이 살짝 맑아진다. 설마 소매치기는 아니고 아마 내가 지갑을 집에 놔두고 온것일거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근처를 거닐어 보았다.
직판장 바로 옆이 바다라서 바다를 거닐어 보기엔 좋다. 근처에는 말린 가자미 같은것을 파는 곳도 있으니 필요하다면 구매를 할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지금막 돌아온 어선에서 맘좋은 선장님에게 신선한 생선을 한가득 싸게 구매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주말 저녁이라 장사하는 아주머니 들이 모두 일찍 퇴근하셨나 보다.
바다 구경은 이렇게 대충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 간다.
그리고, 책상 위에서 내 지갑을 찾았다.
상호 : 울산 활어 직판장
주소 : 울산광역시 북구 정자동 6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