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30일 화요일

[Movie] 잘나가던 람보의 숨통을 끊은 "람보3 (1988)"

정말 "람보2" 인기는 대단했다.

록키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때도 "실베스타 스텔론" 이 누군지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람보" 라고 하면 누군지 알아 들을 정도 였으니까.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 거의 장르를 불문하고 람보(혹은 패러디)가 등장하는게 당연할 정도라서 누구라고 설명도 없이 근육질에 머리띠메고 총하나 달랑 들고 있으면 누구나 다 당연히 "람보" 라고 생각했다.

그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에 "람보 3" 의 성공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막말로 실베스타 스텔론이 나와서 굴렁쇠만 굴러도 히트 칠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수없이 많이 증명된 사실이지만, 관객은 꽤 냉정하다. 

전작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약간의 가산점이 있을지언정, 현재 상영하는 작품이 재미가 없다면 보지 않는다.  


"람보3" 는 이 사실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람보3 는 왜 그렇게 재미가 없었을까? 그냥 람보가 나와서 총이나 쏘고 탱크나 뒤집으면 재미있는것 아니었나?

아니. 그렇지 않다.

"람보1" 은 소설로 원작으로 충분히 검증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람보2" 도 미국식 영웅주의가 극단적으로 강조 되었을 뿐, 시나리오 자체는 상당히 완성도 있게 진행 되었다.

[ 석방의 조건으로 받은 임무 ->> 믿었던 아군의 배신 ->> 유일한 아군이자 선량한 동료의 죽음 ->> 극도의 분노 ->> 분노로 인해 "超람보" 각성 ->> 적군 다 죽었음 ->> 포로 구출 ->> 포로 구출을 외면하는 미국 정부 디스 ]

... 이렇게 단순히 화려한 액션 뿐이라고 생각하는 "람보2" 도 꼼꼼히 따져보면 의외로 탄탄한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음을 볼수 있다.

하지만, "람보3" 의 스토리 라인은 어떨까? ... 딱 이 한줄로 요약할 수 있다.

[ 동료가 포로가 되었는데요, 구했습니다. ]

람보식 액션을 제외하면 사실상 그 외에는 아무런 내용도 없는 수준...

아무리 람보의 늠름한 액션이 메인인 영화라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영화는 시종일관 람보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만 치중한다. 시작하자마자 다짜고짜 투기장에서 격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멋지기는 하지만 영화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뭐, 그거야 팬 서비스 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전직 상관이 찾아와서 임무 참가를 요청하는 것도 뜬금없고 (람보2는 징역 면제라는 보상이라도 있었지만, 이번엔 딱히 참가할 이유가 없음), 임수 수행중 포로가 되었는데 람보 빼고는 아무도 구할 생각도 않는다는 것도 참 납득하기 어렵다.


이전에 람보2가 미국식 영웅주의라는 비판을 많이 받은것을 의식했는지, 이번엔 난데없이 소련의 침공을 받는 아프가니스탄을 보여준다. 뭐, 그것까지는 여러 전장을 다니는 람보와 현상황과 그리 어색하지는 않으니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겠는데...


이 무자헤딘이 뜬금없이 탈출하다 위기에 처한 람보를 도와주러 몰려 온다.

이 장면을 보고 내가 떠올린 생각은, "응? 아니? 왜? 뭣때문에? 어째서?"

물론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 과 이번 "람보3" 에 "적" 으로 나오는 "소련" 의 관계는 "적" 의 관계이므로 무자헤딘이 소련군을 공격하는것 자체는 그리 문제 될게 없다.

문제는 아무 관련도 없는 람보를 구하려고 죽음을 각오하고 굳이 소련군과 전투를 벌인다는 것이다.

그것도 객관적으로 봐선 람보를 구출하기는 커녕 람보를 구출하러 갔던 사람들까지 개죽음 당할게 아주 당연해 보이는 상황에서 ...

영화 초반에 람보가 무자헤딘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무자헤딘의 아지트에 찾아가지만, 그곳에서 "소련군 헬기 단 2대" 에 공격당해 거의 학살 수준으로 유린 당했다.

이 공격 후 그들은 람보의 협조 요청을 거부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버리는데... 그 자들이 다시 돌아 온것이다. 도대체 왜?

겨우 헬기 2대도 감당 못하던 무자헤딘들이 탱크와 헬기로 무장하고 있는 소련군을 향해 겨우 람보 한명 구할려고 달려든다... 이 무슨... 황당한...

영화가 대충 무슨 의도인지는 알겠는데... 아마 "미국의 영웅" 이었던 람보를 "세계의 영웅" 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려면 최소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과 어느정도 유대관계를 쌓는 과정 정도는 있어야 될것 아닌가?

물론 잠깐 같이 민속놀이를 하며 노는 장면도 있기는 하고, 부상당한 아프가니스탄 소년을 구해주는 장면같은게 없는것은 아니지만... 과연 겨우 그 정도 이유로 수백명의 무자헤딘이 죽을 각오를 하고 람보를 구출하러 달려 올 수 있을까?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람보의 활약으로 결국 승리하기는 하지만, 이것도 참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무려 탱크로 헬기를 때려잡는다.

... 오 ... My God... 아무리 영화지만 이건 좀 너무하잖아...

"람보2" 에서 "헬기 vs 헬기" 장면이 최고 긴박감있는 장면이었기에 그 장면과 비슷한 긴박감을 조성하려고 "헬기 vs 탱크" 장면을 넣었다는 것은 이해를 하겠는데 (또 "헬기 vs 헬기" 를 넣을 수는 없으니까) ... 아무리 람보가 슈퍼 군인이라지만, 그래도 상식정도는 좀 지켜줘야지...

탱크가 헬기를 때려잡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진짜 코미디가 따로 없다. (이정도면 액션영화가 아니라 코미디 영화로 봐줘야 할 수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람보3" 는 "람보2" 에서 "람보 액션" 만 따와서 재탕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나머지 요소는 그냥 람보가 날뛰게 하는 무대를 만들 장치들일뿐, 거의 의미가 없다.

그 "액션" 마져도 람보2에 비하면 그닥... 제작비 상승의 효과로 좀더 실감나기는 하다는 수준 쯤?

"람보3" 를 볼 바에는 차라리 "람보2" 를 한번 더 보겠다.

완전히 "람보" 만 믿고 "람보" 에게만 오롯이 의존한 "람보3" 는 정말 엄청나게 폭망했는데, "람보2" 에 비해서 제작비는 2배가 들었는데 벌어들인 수입은 반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렇게 잘나가던 람보의 숨통을 끊은 "람보3" 덕분에, 람보 시리즈는 이후 20년이 지나도록 후속작이 만들어 지지 못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