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람보 1편은 액션 영화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애초에 소설이 원작인데 소설의 주제가 전쟁 참전 군인들이 격는 PTSD 같은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사회에 적응하지못하여 격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액션씬 같은 것은 부차적인 요소 였다.
하지만, 저예산으로 제작된 "First Blood" 가 의외로 흥행을 하면서 부랴부랴 그 속편이 제작되게 되었는데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바로 그 "람보" 다.
애초에 원작 소설이 첫 1편에서 끝나버리기 때문에 람보2는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스토리이다. 쉽게 얘기하자면 서로 다른 작가가 같은 등장인물로 쓴 릴레이 소설 같은것이라고나 할까?
그 때문에 영화 스타일도 완전히 달라져, 나름대로 진지한 현실 고발적 영화였던 람보 1편이 2편에선 100% 완전한 오락거리용 액션 영화로 탈바꿈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람보 1편이 명작이라는데는 별 이견이 없는 편이지만 그 이후의 람보 (2~4편) 을 아주 졸작으로 혹평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론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3~4편이 졸작이라는데는 나도 딱히 할말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2편 만큼은 단지 황당무계한 액션이 주 내용이라고 해서 졸작으로 폄하될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만약 누가봐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황당무계한 영화였다면 그 정도 대박을 치지는 못했을 뿐만아니라, "액션" 영화가 아니라 "코미디" 영화로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20년이 훌쩍 넘게 지난 지금도 "람보" 가 "코미디언" 이 아니라 "슈퍼 울트라 超군인" 의 대명사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대중이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이 영화가 나름대로 잘 짜여진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
영화는 이전 1편의 마지막에서 이어진다. 1편에서 있었던 일로 교도소에서 징역형을 살고 있는 람보에게 그의 옛 상관이 찾아온다.
람보에게 제안할 임무가 있으며, 이 임무를 성공할 경우 남은 형기를 면책 시켜 줄수 있다는 얘기였다.
다른 특수부대도 있을 텐데 굳이 람보에게 이 임무를 맡기는 이유는 작전 지역이 람보가 예전에 탈출한 수용소라는 매우 그럴듯한 이유를 댄다.
임무는 아주 간단해 보인다.
그 수용소에 가서 잡혀있는 포로들의 사진을 찍은뒤 귀환하기만 하면 되었다. 단지 그것이면 되었다. 인간병기 람보에게 시키기엔 지나칠 정도로 쉬운 임무...
그런데 문제가 발행한다.
그냥 사진만 찍고 오면 되는 간단한 임무였는데, 우리의 람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 멋대로 포로까지 구출해서 합류지점에 와버린 것이다.
어쨌거나, 포로도 구했고 이젠 탈출용 헬리콥터에 올라타 작전 지역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모든것이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던 그 순간. 작전 지휘관은 어처구니 없게도 람보와 포로를 버려두고 귀환 할 것을 명령한다.
그리고, 수많은 적군에게 둘러싸여 있는 람보는 어처구니없어 하며 멀리 떠나는 아군 헬기를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사실은 ... 모든 것이 요식행위에 불과 했다.
작전 지휘관은 이미 그 수용소에 포로가 없다는것을 확인한 후 였고, 람보를 보낸것은 그 수용소에 포로가 없다는 확인용 사진을 찍어 오도록 작전을 꾸몄던 것이다. 포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바로 공식적으로 철수 할 수 있도록...
그런데 하필이면 우연히 람보가 침투하기 얼마전 그 수용소로 진짜로 포로들이 이송되어 왔고, 그 포로를 람보가 구해버린 것이다.
만약 람보가 무사히 귀환하게되면 적진에 아군 포로들이 아직도 많이 잡혀 있다는 증거가 되어 버리고, 그로인해 유야무야되고 있던 포로 석방 비용 지급등의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를수가 있는 것이다.
아군 포로가 없다는 증거를 수집 후 철수할 예정이었던 작전 지휘관으로서는 아주 골치 아픈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람보를 적진 한가운데 버려두고 철수 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그리고 적들에게 포로가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묻어 버리려 한다.
어쩌면 그의 계획은 문제없이 진행 될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적진에 잡힌 자가 "람보" 가 아니었다면...
보다시피 람보2는 흔히 생각하듯 단순히 람보 혼자서 마구잡이로 날뛰며 액션만 선보이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나름대로 냉철하게 사회 비판도 하고있으며 (그 당시 미국 정부가 베트남전 포로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있었음), 포로를 포기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나름 현실적인 스토리 라인도 꽤나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천하무적인줄 알았던 람보가 아군에게 배신당해 위기도 격는다.
이때까지의 전투도 약간의 과장은 있을 지언정 거의 현실적으로 진행된다.
초반 람보의 전투는 은밀히 잠입해 적을 제압하고 소리가 나지 않는 화살로 적들을 하나씩 사살하는 게릴라전으로 진행되기에 여기에 흠잡을만한 비현실적인 요소가 별로 없다.
이렇게 비교적 현실적으로 흘러가던 영화는 람보가 배신을 당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슈퍼 울트라 超군인" 물로 변하기 시작한다.
탈출 직전에 붙잡힌 람보는 적 지휘관에게 갖은 고문을 당하게 된다.
미국 정부를 비난하는 방송을 하라는 요구를 거부하지만, 아군 포로를 고문하려하자 어쩔수 없이 그의 요구를 따른다.
그리고, 지휘 본무에 무전을 연결하는데...
뭐, 다른 영화에선 누군가를 협박할때 "나는 니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고 저쩌고..." 이렇게 장황하게 얘기하겠지만, 우리의 람보는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떠들지 않는다.
자신을 배신한 지휘관을 담담히 호출한 람보는, 그에게 용건만 간단히 전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허걱... 날 만나러 온다고...
배신자에게 메시지를 보낸후 람보는 자신을 고문하던 적들을 차근차근 다 제압하고 수용소에서 탈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일하게 그를 걱정하며 도와주던 협력자가 죽게되고, 이는 람보를 극도로 분노하게하여 "超람보" 로 각성시키게 된다. 이쯤 되면 이제 적들을 다 죽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현실적인 게릴라전을 펼치던 람보는 이때 부터 현실성 따위 다 따려치우고 완전한 "인간병기" 로서 전장을 철저히 유린하기 시작한다.
그 람보는 이제 단순히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포로들까지 몽땅 구해서 탈출하려고 하는데...
과연 수백명의 완전 무장한 적군들 사이에 잡혀 있는 다수의 포로들을 단 한명의 퇴역 군인이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뭐, 별거 있나?
총으로 두두두두두 쏴서 적들 싹~ 다 죽이고....
화살로 적 부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음...
포로 데리고 나오면 되지...
람보 시리즈의 평가가 좀 낮은것은 이런 람보식 액션이 황당무계할 정도로 과장되어 있기 때문이지만, 이런 화끈하고 속시원한 "폭행 람보" 의 액션은 람보 시리즈의 가장 큰 재미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적이 쏜 총알은 단 한발도 람보에게 안맞는데 람보가 대충 쏘는 총알은 기가막히게 백발 백중이고, 화살에 달아 쏜 알감자 만한 폭탄에 건물이 산산조각나고... 탱크가 터지고 ... 아무리 영화지만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람보가 너무 압도적인 화력을 자랑한다.
뭐... 영화니까 그럴수도 있지...
개인적으론 "최초의 먼치킨" 이 "람보" 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과장된 액션이라곤 하지만 그정도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만한 내용들이고, 무었보다도 90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동안 뺄만한 장면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알찬 진행들은 다른 오락 영화들에 모범이 될만큼 완벽한 진행이라 할수 있겠다.
너무 액션에 치중되어 있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이렇게 "재미만" 있는 영화도 괜찮지 않은가?
이 "람보 2" 가 얼마나 어마 어마하게 히트를 쳤는지, 그 때가지만해도
"실베스타 스텔론 = 록키"
였던 평가가, 단숨에
"실베스타 스텔론 = 람보"
바뀌어 버렸을 정도 였다.
지금도 "실베스타 스텔론" 하면 "람보" 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람보2" 는 그 자체로 완벽한 영화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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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훌륭한 "람보" 를 "람보3" 로 숨통을 끊을 줄이야 그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