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를 처음 보기 시작할 때는 조금 걱정이 앞섰다.
제스카 존스 자체가 "슈퍼 히어로" 라고 하기엔 조금 약한면이 있는데, 시즌 1에서 가장 강력한 "숙적" 이랄 수 있는 "킬그레이브" 를 한 시즌만에 퇴장시켜 버렸기에 앞으로의 전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생각보다 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제시카 존스는 인생에 최대의 걸림돌이었던 킬그레이브를 직접 처치한 이후 별다른 악당의 등장 없이 남의 불륜이나 캐면서 평범하게 탐정질을 하며 나름 성실하게 생활해 나간다.
이렇게 평탄하게 진행되던 드라마는 자신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등장한 어떤 인물에 의해 붕괴되기 시작한다.
제시카 존스 자신 자체가 비상식적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조차 헛소리로 들릴 정도로 황당한 소리를 하는 이 불한당을, 제시카는 킬그레이브 일로인해 유명해진 자신에게 뭔가 뜯어 먹을게 없나 싶어 수없이 몰려든 하이에나 쯤으로 생각하고 무시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이것은 단순한 허풍이 아니었다.
그리고, 곧 이것이 제시카 존스가 초능력을 가지게된 원인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된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만해도 예상할 수 없었던 전혀 뜻밖의 적의 등장과 풀리지 않은 제시카 존스의 과거에 대한 미스테리가 점점 실체를 드러내며 드라마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정말, 요때까지는 딱 좋았다. 대략 시즌 2, 7화 정도 쯤까지는...
아 ... 데어데블 시즌 2 가 완전히 죽을 쑤어 놓은것 때문에 제시카 존스 시즌 2 도 혹시 이렇게 죽을 쑤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보다가, 의외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길레 안심하고 계속 봤는데... 이렇게 뒷통수를 칠 줄이야...
뭐가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점은 시즌 2의 7화 이후로 마지막편인 13화 까지 중, 8~12화가 거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7~8화 정도 까지만 보면, 이미 마지막에 어떤식으로 결론이 날지가 대충 감이 온다. 물론 정확이 어떤식으로 진행될지 상세한 내용까지는 알수 없지만, 최소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정도는 거의 확실하게 예상 할 수 있다. (사실 그 결론 밖에 낼수 있는 결론이 없다)
그렇기에 그 이후로 진행되는 8~12화는 그냥 13화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변명을 구질 구질하게 늘어 놓게 되고, 그걸로는 시간을 때우기엔 모잘라니까 "제시카 존스" 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제시카 존스 주변인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는다 (서로 얘기가 따론 논다는 점에선 데어데블 시즌2와 비슷). 거기에 시즌 3 를 위한 떡밥을 여기 저기 뿌려놓는것도 잊지 않고...
게다가 초반에 이번 시즌의 악당으로 나올것처럼 의미심장하게 등장하던 악의 조직이 어느샌가 흐지부지 사라져버린다.
순수한 "악" 처럼 보였던 존재가 수사를 하다 보니 "과정" 과 "결과" 가 나쁘기는 했지만 "의도" 까지 나쁘지는 않았다는 식으로 은글슬쩍 나름 사연있는 악당으로 포장을 해버리고, 그것도 모잘라 후반부의 8~12화를 진행하는 동안엔 거의 존재 가치가 없을 정도로 무의미해 지기 때문에 최종 엔딩을 맞이할 때쯤에는 그런 조직이 있었었나? 싶을 정도로 인상에 남지 않게 된다.
악당이 없어진 드라마는 악당과는 관계 없이 자기 스스로 상황을 악화 시키기 시작하는데, 어쩔수 없었던 측면도 어느정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등장 인물 전부가 서로 제대로된 대화를 하지 않으면서 오해가 오해를 낳고 그 상황에서 자기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쳐서 혼자서 일을 덮으려다 일을 그지경으로 만들어 놓게 된다. (아!! 대화좀 하라고!!! 답답해 죽겠네!!!)
쉽게 말해 시작 할 땐 "슈퍼 히어로" 드라마 였는데, 끝날때는 "아침 막장" 드라마로 끝을 맺는다.
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맨정신으로 보려면 정말 해탈의 경지에 다달아야 하지 않나 싶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슈퍼 히어로 드라마" 가 아니라 "막장 드라마" 로 본다면야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편이다. 문제는 "막장" 만있지 "사이다" 가 없다는게 문제지만...
사실상 "시즌2" 는 "시즌3" 로 가는 다리 역할이라는 것이 내 평가다.
초반 전개는 나쁘지 않았기에, 마지막 편을 보는 내 입맛이 더 씁쓸하다.
만약 중간에 별 의미 없이 답답한 상황만 지루하게 전개되는 구간을 대폭 줄였다면 "불쌍" 의 최대치 상황에 처하는 주인공을 지켜보는 드라마로서 나름 재미는 있었을 것 같지만... 그렇다해도 좀 별로...
왠지 이 드라마의 제작진에겐 이제 더이상 별로 기대감이 들지 않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