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데어데블이 초죽음이 된채 강가에서 발견되는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데어데블의 친구들은 데어데블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오직 캐런만이 아직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데어데블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데어데블 시즌 3" 는 이렇게 어리둥절하게 시작된다.
만약 "데어데블 시즌2" 에서 "데어데블 시즌3" 로 바로 넘어왔다면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아주 당황스러울 것이다.
"시즌2" 끝에서 많이 고생하긴 했어도 몸은 멀쩡한 상태로 잘 끝났던 데어데블이 왜 갑자기 "시즌3" 에서 반죽음이 되어서 등장하는 것일까? 쟤네들은 왜 또 데어데블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고? 응?
그게 왜냐하면, "데어데블 시즌3" 는 "디펜더스" 의 끝장면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데어데블 시즌1" -> "데어데블 시즌2" -> "디펜더스" -> "데어데블 시즌3" 의 순.
데어데블 드라마에 왜 뜬금없이 디펜더스가 끼어드는가 싶겠지만, 요즘 드라마가 이런게 유행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이미 다 만들어 놓은거 ... 따져봐야 뭐하겠나...
하여튼, "디펜더스" 에서 다른 3명의 영웅들과 함께 숙적 "핸드" 를 쓰러뜨린 데어데블은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연인인 일렉트라와 함께 지하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데어데블을 제외한 나머지가 건물 밖으로 탈출하는 순간 건물이 폭팔하며 붕괴되고, 일렉트라와 데어데블은 깊은 지하 유적에 매몰된다.
밖에서 보면 탈출이 불가능해 보이므로 죽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데어데블 시즌3" 가 시작되는 것은 이 직후다.
그날 이후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도대체 지하에서 무슨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없이 데어데블 혼자 지상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시즌3" 가 시작된다.
다소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렇게 시즌3가 시작된다.
일단 "시즌3" 는 "시즌2" 가 너무나 혹평을 많이 들었기에 제대로 된 드라마가 나올지 상당히 걱정이 되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드라마 제작진들이 주위의 쓴소리를 많이 참고 했는지, "시즌2" 에 비해서 상당히 많이 좋아졌다. "시즌2" 에서 느꼈던 단점들은 거의 없어진편.
그 중 대표적인게 "시즌3" 포스터에서 보다시피 데어데블의 방어구가 없어진 것이다. (코스튬에 얼마나 욕을 들어먹었으면 포스터에 데어데블이 방어구 없이 나온다고 아주 대놓고 광고하고 있다.)
원래 코믹스 원작에선 "시즌2" 와 같은 코스튬을 장착하는게 맞기는 하나, 이게 기대했던것보다 너무 성능이 좋아서 "시즌1" 에서 느꼈던 그 "절박함" 많이 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이 "시즌3" 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3" 에선 "시즌1" 처럼 공격을 몸으로 때우고 아득바득 치고 받는 난투극으로 전투가 진행된다.
여기서 "시즌3" 에 데어데블의 전투복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가 중요한데, 그 이유가 "디펜더스" 에서 "핸드" 와 싸우다 전투복이 파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펜더스" 를 보지 않았다면 갑자기 데어데블이 전투복을 입지 않고 싸우는것이 좀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시즌2" 처럼 이얘기 저얘기 구질 구질하게 딴얘기 섞지 않는다. 오롯이 하나의 악당, 킹핀 과의 싸움에 집중하기에 "시즌2" 에 비해 훨씬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른 단점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이것만해도 일단 평작 수준은 넘는다고 할 수 있다.
하여간, 초죽음 상태에서 발견된 데어데블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숨긴채 어릴적에 지냈던 성당의 고아원에 숨어서 지낸다.
지하에서 일렉트라와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그래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던 사람이 더 엉망으로 망가져서 아예 염세 주의자 수준이 되어서 돌아 왔다.
뭐, 사랑하는 여인이 눈앞에서 죽었는데 갑자기 부활해서 자기를 공격하고 겨우 겨우 달래 놓았더니 같이 땅에 파뭍혀서 황천길 코앞까지 갔다 혼자서 살아 돌아왔는데 제정신이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지하에서 돌아온 후론 데어데빌로 활동하는것에 대해서 극도의 회의를 느끼고 다 때려치울려고 하지만...
사람 그렇게 쉽게 바뀌는게 아니다 ... 지하에 파뭍혔다 돌아온 휴유증으로 한쪽 귀도 잘안들리고 몸도 여기저기 다쳐서 몸놀림이 예전만 못한 불완전한 상태에서도 기어코 악당들을 처단하겠다고 밤길을 싸돌아 다닌다.
그러다 죽도록 얻어 터지는 것은 덤이다.
이렇게 데어데블로 활동 하는것도 ... 아닌것도 아닌 상태로 허송세월을 하던 어느날...
미치고 환장할 소식을 하나 듣게 되는데...
킹핀이 감옥에서 풀려 났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탈옥하거나 한게 아니고, FBI 에게 다른 범죄 조직의 정보를 넘겨주며 협상을 벌여 신상 보호를 핑계로 감옥 밖에서 지낼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른바 가택연금 같은 것인데...
말이 가택연금이지 그냥 호텔에서 호화롭게 지낸다.
아니, 자기가 그 새... 아니, 그 인간을 어떻게 감옥에 쳐 넣었는데 그렇게 쉽게 나온단 말인가?
당연히 데어데블은 좋은 의도로 FBI 와 손을 잡았을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즉시 조사에 돌입한다.
이 과정에서 친구들과 다시 재회하고 서로 힘을 합쳐 킹핀을 다시 감옥에 쳐 넣고자 하지만...
자신들이 "킹핀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야" 하고 자신만만하게 꾸민 계획이 모두 어긋나고, 뒷통수를 칠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뒷통수를 맞는다.
그리고 너무 뒷통수를 맞아 이제 더 이상 맞을 뒤통수가 없을 정도가 되어서야 ... 이미 오래전 부터 모든 것이 킹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킹핀이 감옥에 있다고 안심하던 사이, 킹핀은 침착하게 차근 차근 재기할 준비를 다 마쳐 놓았던 것이다.
돈은 많다. 권력도 있다. 거기에 머리도 좋다. 지나치게 꼼꼼한 편이라 노려볼 만한 약점도 없다. 겨우 발견한 약점도 공략하는것보다 방어가 더 빠르니 ... 이거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자신에게 방해 되는 자를 해치우기 위해 전혀 관계 없는 자부터 차근 차근 굴복시키며 옭죄어 자신의 말을 들을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드는 킹핀의 방식은 아주 전형적이긴 해도 너무나 철저하고 광범위 해서 모든 일의 실체가 밝혀질때는 소름이 다 돋을 지경이다.
이 드라마는 데어데블이 주인공이 아니라 "킹핀" 이라 할 수 있을 정도...
그나마 딱 한가지 데어데블 쪽이 유리한 점이라면 단독 전투력으론 데어데블이 가장 강하다는 점인데...
이 유일한 장점 하나마져 "불스아이" 가 나타남으로 인해 없어져 버린다.
던질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총알 수준의 무기가 되는 불스아이는 원래는 원거리에선 데어데블에 앞서도 접근전에선 데어데블에게 밀려야 하는데, 드라마에선 근접전 조차도 거의 막상막하 ... 이건 뭐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엎친데 덮진격으로 가짜 데어데블까지 등장해서 살인을 공개적으로 저지름으로 인해 "여론" 에서도 밀리기 시작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데어데블을 도와주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불스아이에게 살해 된다.
데어데블에겐 정말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
오죽하면 마블 코믹스에서 대표적인 "불살(不殺)" 주의자인 데어데블의 입에서 "안되겠어 죽여야 겠어" 라는 말까지 나온다.
총 "13화" 에 이르는 "시즌3" 에서 무려 12화 까지 데어데블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데어데블이 제대로된 반격을 하는 것은 마지막 13화 하나 뿐.
답답한 전개를 싫어하는 사람은 이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이 좀 참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렇게 시즌3 에선 너무나 완벽해서 어떻게 손을 댈수 없는 악당 "킹핀" 을 정말 잘 표현해 놓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킹핀" 의 위대함은 잘 알겠는데 그게 좀 너무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권투 경기로 예를 들자면 1~2 라운드는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밀리고 3 라운드에 반격을하고 승리의 희망을 보는가 싶더니 4라운드에 다시 밀리다 5라운드 끝나기 직전에 회심의 일격을 가해 승리하는 ... "밀당" 이 있는 드라마가 가장 불타오르는 전개라고 한다면...
"데어데블 시즌3" 는 1~5 라운드 내내 일방적으로 얻어 터지다가 5 라운드 공이 울리는 마지막 순간에 필사적으로 한방 내 뻗은 주먹이 상대방 턱에 정통으로 맞아 운좋게 승리한 듯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론 13화가 아니라 10화 정도로 줄여서 킹핀에게 핍박당하는 부분은 조금 줄이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 하는 생각을 한다.
게다가 최종적으론 데어데블이 승리하긴 하지만, 승리하는 이유가 너무 운에 의존한 측면이 강해서 좀 아쉽다.
물론 해결의 실마리는 이야기를 전개하여 조금씩 조금씩 흘리기는 했지만, 12화 동안 계속해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데어데블이 단 1화만에 모든 조건을 갖춰 킹핀을 공략해냈다는 점은 조금 어처구니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넷플릭스 드라마의 고질병인 시즌 중간을 너무 질질 끈다는 단점이 여기서도 역시 나타나지만, 어쨌든 밑바닥 인생을 아득바득 살아가는 우리의 착한 이웃 데어데블을 다시 볼수 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시즌1" 보다는 못하지만 "시즌1" 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시즌3" 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 "데어데블 시즌4" 는 제작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함으로 인해 넷플리스와의 알력싸움으로 넷플릭스가 제작하던 모든 마블 드라마가 취소 되었다는 썰이 있다.)
"시즌 3" 는 나름 괜찮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기에 "시즌 4" 를 좀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당분간은 제작될 가능성이 없다니 ... 많이 아쉽다.
만약 넷플릭스가 제작하지 않는다면 디즈니에서라도 이 뒤를 이어서 계속 만들어 주길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