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5일 화요일

영화 : 데어데블 (2003)

최근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던 데어데블은 영화로도 이미 만들어진 적이 있다.


벤 애플렉이 데어데블 역을 맡았던 이 영화는 안타깝게도 별로 흥행을 못하고 데어데블의 흑역사로 뭍히고 말았다. 포스터만 보면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데 도대체 왜?

결론적으로 말해서 영화 자체는 그저 무난한 액션 영화라서 볼만은 한데... 뭐랄까... 굳이 찾아 볼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원작 코믹스의 설정을 거의 그대로 충실히 재현 한편.

"데어데블 드라마" 가 만화 원작을 어느정도 무시하고 현실에 맞게 재 해석 해서 현실감을 높였다면, "데어데블 영화" 는 원작을 가능한한 거의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았다.

대표적인게 원래 데어데블은 눈이 안보이게 됨으로서 청각이 극도로 발달했는데, 그 민감한 청각 때문에 잠을 잘때면 주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물속에서만 잠을 잘 수 있다는 설정 같은 것들.


그 외에도 불스아이의 이마에 과녁을 그려넣는 등, 원작와 비슷하게 보이게끔 재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좀 웃기기는 하지만...)

게다가 초반 진행을 보면 이 영화가 별로 흥행을 못했다는게 이해가 안될 정도로 무난하고 안정적이게 흘러간다. 초반 진행만 보면 일반적인 흥행작들의 표준 전개를 따라간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면서 점점 이 영화의 문제점이 드러나는데...


일단 액션이 별로 재미가 없다.

연기자들이 무술을 익힌 사람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어설픈 동양식 무술로 대충 싸우는 흉내만 내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걸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어떻게든 덮어 보려고 한것 같지만 오히려 정신 사납기만 해서 연기자들이 액션 연기가 안되는게 더 티가 나는 느낌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토리가 재미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 할 수 있겠는데, 스토리도 영... 별로...

흠잡을 곳이라면 많이 있지만 일단 영화의 내용이 너무 급작스럽게 진행 된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일단 무조건 킹핀 나쁜놈" 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더니, 대뜸 불스아이가 나타나 일렉트라 아버지를 콱 죽여버린다. 그리곤 그 사람이 킹핀이라는 소문을 흘려서 덮는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데어데블에 대해서 어느정도 아는데도 제대로 이해가 안될정도로 이야기게 급하게 전개된다.

이 와중에 일렉트라는 데어데블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고 자기 혼자 오해를 하고 복수를 하겠다며 데어데블을 죽이려고 한다. (영화에서 보여준 장면만 보면 왜 그렇게 오해를 했다는게 잘 납득이 안된다.)

그런데, 오해를 하는것도 순식간인데 오해가 풀리는것은 더 빠르다.

"데어데블 죽여버리겠어 -> 툭탁툭탁, 콱! -> 어머? 미안. 내가 오해했어"

... 이런 느낌?

저렇게 쉽게 오해가 풀릴것이라면 오해하는 과정을 왜 넣었는지 이상할 정도.

초반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 되었던것을 보면, 애초부터 이렇게 급작그럽게 진행되게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찍다보니 너무 영화가 길어져서 후반부의 내용을 대폭 편집해 버린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그로인해 액션 영화에 가장 중요한 액션씬을 너무 압축해서 진행 한다는게 문제.

영화가 후반부에 들어가면 "일렉트라 전투" 를 시작으로 "불스아이 전투", "킹핀 전투" 까지 모조리 한방에 끝내 버린다. 아주 "요점만 간단히" ... 전투 끝.

최종 보스 분위기를 풍기던 불스아이가 쓰러질 때는 "어?? 저게 끝이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너무 질질 끄는것도 안좋지만, 멋진 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영화를 보는데 그 액션씬을 살짝 맛만 보여주고 끝내버리니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느낌.

원작을 너무 충실히 재현하려고 영화 한편에 일렉트라, 불스아이, 킹핀 전투를 몽땅 다 집어 넣으려고 하는데 ... 어차피 한정된 상영시간에 맞출 것이라면 차라리 전투씬을 불스아이 하나에 몰아줬으면 좀더 볼만 했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불스아이와의 전투 빼고는 전투씬이라 하기도 좀...)

결론적으로 액션 영화에서 액션이 재미 없으니 액션 영화를 보는 의미가 없다.


초반에는 천천히 진행하며 데어데블이 이상한 초감각을 가지게 된 사연과 그 초감각으로 일반인과 다르게 보는 데어데블의 세계를 독특한 표현 방식으로 잘 표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후반부의 그 급한 전개는 많이 아쉽다.

개인적으론 영화판의 데어데블이 좀더 좋아 보여서 더 아쉽다.

연기자를 좀더 액션연기를 잘하는 연기자로 섭외하고 별 의미도 없는 일렉트라와 킹핀의 전투를 줄이고 불스아이와의 전투에 좀더 힘을 쏟았다면 제법 괜찮은 영화가 되었을 텐데...

드라마의 데어데블과 영화의 데어데블은 각자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지라, 언젠가 영화의 설정으로 제대로된 데어데블 영화가 리메이크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