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는 사실 여부를 떠나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글입니다. 어디까지나 주성치라는 인물의 행보에 제가 그런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지, 실제로 그랬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지금으로 부터 꽤나 오래전 우리나라에는 중국(홍콩) 영화 붐이 불었다.
영웅본색이라던지 쾌찬차라던지... 주윤발이나 홍금보, 장국영... 이런 수많은 홍콩 영화들과 배우들이 범람을 할때, 그는 은근 슬쩍 다른 영화에 숟가락을 올리며 등장했다.
최초는 남을 모방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훌륭했던 영화를 더 재미있게 더 웃기게 패러디하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조품으로서 멈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그러했을지 몰라도 어느정도 인지도를 갖추면서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꽤나 유명해졌다.
하지만 홍콩 영화의 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그 역시 이 시대의 흐름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이 위기의 순간에 그는 다시 초기의 전략을 답습했다.
단지 더 이상 인기있는 홍콩영화가 없었기에 인기있는 외국의 영화를 모방했을 뿐... 하지만, 남에 작품에 숟가락 하나 올려 놓는 짓이라는 점은 초기의 그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고, 거기에는 별로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다른 영화의 인기에 빌붙어 연명해 나간다는 것이 어찌 보면 영화인으로선 조금 낮뜨거운 일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결과적으론 다른 유명 홍콩 영화 배우들이 다른 활로를 찾지 못하고 도태되어가는 상황속에서 나름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며 살길을 찾아 영화 배우로서 그 어려운 시기를 버텨냈다.
그리고, 그에게 이젠 남의 영화나 흉내내는 2류 코미디언이라는 고정관점이 박힐때 쯤.
그는 그런 고정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자신만의 독특한 "주성치 식 세계관" 으로 무장하고 "코미디인데 코미디이지만은 아닌" 독특한 성격의 영화들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어도 내게 만큼은 홍콩을 상징하는 영화로 "주성치의 영화" 가 자리 잡게 되었다.
과연 최근 몇년사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홍콩영화 중에 "주성치" 의 작품이 아닌 영화가 과연 몇편이나 될까?
이젠 홍콩영화 하면 당연히 "주성치의 영화" 를 떠올릴정도로 그의 영화에대한 영향력은 막강해 졌다.
그게 가능했던것은 그정도로 그가 영화에 집착하고 많이 공부하고 끝없이 발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에는 남 흉내였을지는 몰라도 그 흉내에 자신만의 개그 코드를 더해 전혀 다른 영화로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고 거기에 멈추지 않고 코미디에 얼렁뚱땅 감동까지 우겨넣어 "웃긴데 슬픈" 그만의 독특한 스토리 전개 방식까지 만들었다.
이렇게 차근 차근 발전해 나간 그 영화의 최종 진화판이 "소림축구", "쿵푸허슬" 이다.
이 중에서 "쿵푸허슬" 은 주성치가 주연을 맡은 사실상 마지막 영화로서 그의 연기자로서의 행보에 마침표를 찍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 영화가 주성치 영화의 마지막 영화라도 된다는 듯, 기존의 주성치 영화와는 또 다른 독특한 완성도를 가진다.
주성치 영화 특유의 말도 안돼는 억지스러운 웃긴 상황의 연속은 여전하고 "이래도 안웃을 테냐!!" 윽박지르는듯 상상을 초월하는 개그 코드는 변함없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주 안정되어 있는 느낌이다.
현실을 초월하던 그의 개그 코드가 현실과 적당히 타협한 느낌?
그 반면, 진지한 장면에선 정말 주성치 영화 답지 않게 확~ 진지해 진다.
기존 주성치 영화에선 생사의 갈림길에선 전투에서도 반쯤은 농담같이 전투를 했었지만, "쿵푸 허슬" 에선 그렇지 않다.
진짜로 진지하게 싸우고, 진짜로 웃음기 없이 죽는다.
싸울때 만큼은 초반의 그 어설픈 코미디 같은 분위기가 거짓말 처럼 사라진다. (물론 약간은 남는다. 어디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던가...)
기존 작품에선 "웃음" 과 "감동" 을 동시에 주기 위해 그 어떤 진지한 장면에서도 어떻게든 "웃김" 을 억지로라도 끼워 넣었다면, 이번 작품은 진지한 장면에선 웃음기를 쫙 빼고 순수하게 엄숙함 만으로 승부를 본다.
처음 시작할때만 해도 3류 개그 프로 같은 어설픈 코미디가 점점 이야기가 진행 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결국은 목숨을 건 사투가 되는 과정이 이전의 주성치 영화 답지 않게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게 내가 주성치 영화의 최종 진화판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웃음" 과 "액션", 그리고 "감동" 이 하나의 영화에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연구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 한편에 모든것을 다 집어 넣으려 애쓰는 그의 집착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그래서 내게 주성치 영화중 단 한편을 추천작으로 고르라면 난 당연히 "쿵푸허슬" 을 꼽을 것이다.
아쉽게도 주성치는 이 영화를 끝으로 사실상 10년이 넘도록 "영화 배우" 로서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모처럼 최종진화까지 달성했는데 더 이상 배우 활동을 하지 않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더이상 "액션" 영화의 배우로는 힘들것 같다는 현실적인 이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아직도 이 "최종진화판" 에서 좀더 진화한 다음 작품을 언젠가 볼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