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7일 월요일

드라마 : 최고의 드라마에서 최악의 드라마로 강등 "데어데블 시즌 2"

"데어데블 시즌2" 감상은 한다디로 말하면 "실망" 이다.

"데어데블 시즌1" 이 만화의 캐릭터를 현실로 "진짜 현실 같이" 만들어서 호평을 받았다면, 시즌2 는 자신들이 왜 호평을 받았는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시즌2 를 만든 느낌이다.

그래서 시즌1 에서의 강점이 시즌2 에선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

시즌1 에선 데어데블이 악당들에게 쥐어 터져가며 사회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애처롭게 아둥바둥 악당들과 티격태격 싸우는 것이 꿀잼이었다 하면, 시즌 2 는 ... 뭐랄까 ... 딱히 데어데블만의 특징이 없다. 그냥 웬만큼 잘 싸운다. 그걸로 끝.

시즌1 처럼 꿈도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목표" 를 향해 아득바득 기어 올라가는 상황이 아니라, 꿈도 희망도 없는것은 비슷한데 아예 "목표" 자체가 없는 느낌. 그래서 도무지 "절박함" 이 느껴지지 않고 "위기" 가 위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다른것을 다떠나서 애초에 생긴것 부터가 맘에 안듬.


시즌1에는 제대로된 장비가 없어서 그냥 스웨터에 목도리 같은 가면으로 대충 둘둘 감고 등장했는데, 시즌1 마지막에서 좀더 제대로된 장비를 만들어서 시즌2에 등장한다.

그런데, 이 장비라는 것이 만화판의 이미지와 어설프게 비슷해서 멋있다기 보다는 웃기다는 느낌밖에는 안든다. 뭐지? 저 공사판 작업복 같은 코스튬은?

게다가 적에게 받는 피해를 그냥 몸으로 때우던 시즌1에 비해 시즌2 방탄이 되는 장비를 장착함으로 인해 어지간한 피해는 장비가 막아주므로 시즌1 만큼 처절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등장하는 적들이 강력해 지므로 데어데블도 어느정도 강화될 필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시즌1에 비해서 시즌2의 데어데블은 너무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런것은 아주 사소한 문제점일뿐,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첫째로 실망스러웠던 것은 퍼니셔의 등장.


나름대로 순조롭게 사회정의를 구현하던 도중, 갑자기 데어데블 앞에 등장해서 데어데블 한테 쥐어 터지는 듣보잡 악당 하나가 난데 없이 나타났는가 싶었더니만 ...


응 ? 걔가 퍼니셔 라고 ?
그러니까...


이 우울해 보이는 이 아저씨가...


내가 아는 이 형님 이라굽쇼?

설마... 이름만 같은 거겠지... 퍼니셔란 말이 여기서만 쓰이는것도 아니고...

퍼니셔라 함은 아무런 초능력도 없으면서도 슈퍼히어로들도 함부로 손 못대는 슈퍼 군인이건만... 겨우 막대기 하나 달랑 들고 다니는 장님 하나 처리 못해서 쥐어 터지는 퍼니셔 라니... 그럴리가...

난 도저히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제길... 이걸로 빼도박도 못하게 내가 알던 그 "퍼니셔" 확정.

사실은 ... 여기서도 퍼니셔가 데어데블을 거의 압도 하기는 한다. (범죄자가 아니면 안죽이니까 데블이가 산것 ...) 하지만 , 그렇다곤 해도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던 그런 무지막지한 박력은 좀 부족하다. 

뭐... 머리에 총알이 박혀 혼수상태에 있다 깨어난지 얼마 안되서 그렇다고 하면, 딱히 납득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하여간 퍼니셔와 데어데블은 서로 범죄자를 죽여도 되네 마네를 가지고 치고 받고 싸우다 결국 합의를 보고 퍼니셔는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다.

여기 까지는 뭐, 나름 무난한 전개 였다고 할수 있는데...


여기서 두버째 단점.

갑자기 일렉트라 등장.

뭣이여 이게... 아직 퍼니셔 얘기도 덜 끝났는데...

내가 생각하는 데어데블 시즌2의 가장 큰 문제점이 이것이다.

"퍼니셔" 와 "일렉트라" 라는 거의 주인공급 인물이 둘이나 같은 시즌에 등장해버린 것.

더 큰 문제는 이 두 인물의 얘기가 시즌2에서 서로 별개의 스토리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 퍼니셔의 재판과 복수.
- 일렉트라와 정체 불명의 닌자집단의 음모.

이 완전히 다른 2개의 스토리가 시즌2에 들어가 있다.

작가가 노린 것은 명확한데, 2개의 스토리를 잘 몰아서 마지막에 절묘하게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어 마무리가 되는 멋진 장면을 연출 하고 싶었던 것일 것 ... 하지만 불행이도, 그게 잘 안됐다.

데어데블의 몸이 두개가 아닌 이상, 데어데블은 한번에 둘중 하나의 이야기에만 등장 할 수 있고, 두개의 이야기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그러다 보니 2개의 스토리는 끝날때 까지 그냥 따로 논다.

게다가 데어데블의 몸은 하난데 스토리는 두개를 진행해야 하므로, 시즌 내내 우왕 좌왕하다 일렉트라한테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고, 퍼니셔의 재판은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빵빵쳐놓고 일렉트라 뒷꽁무니를 쫒아다니느라 퍼니셔를 내팽겨쳐 버린 덕분에 얼마 되지도 않는 동료들에게 까지 버림 받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냥 답답함 그 자체. 그게 이번 시즌에서 원래 의도하던 바라면 아주 참 잘~ 만들었다고 할수 도 있겠다.

하여간 시즌 내내 1인 군대라며 거창하게 치켜 올려 준것에 비해, 끝날때 까지 쥐어 패는 쪽보다는 쥐어 터지는 쪽에 가까운 퍼니셔는 시즌 2 내내 감옥 밖에서 복수하는 것보다는 감옥에 갖혀 재판하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정도고, 데어데블은 일렉트라한테 정신이 팔려서 퍼니셔를 내버려두고 일렉트라 뒷꽁무니만 쫒아 다니고, 그러다 보니 시즌 후반부엔 퍼니셔는 데어데블 따위는 내버려 두고 혼자 복수를 하겠다고 길길이 날뛰며 설치는데... 

보는 내가 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이럴바에 퍼니셔는 왜 불렀는건가? 데어데블 없이도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고 잘 하는데? 초반에 데어데블이 안말렸으면 진작에 복수가 순조롭게 잘 끝났을껄? 

퍼니셔가 데어데블의 도움을 포기하고 그냥 혼자서 복수하는 부분은 데어데블의 존재가 아예 사라지기에 아주 "데어데블 시즌2" 가 아니라 "퍼니셔 시즌1" 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그냥 시즌 2에는 퍼니셔 얘기에 집중하고, 시즌 3에 일렉트라 이야기를 진행하는게 좋았을 것을 ...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데어데블 시즌2" 의 퍼니셔는 "퍼니셔" 라는 히어로를 홍보하기 위해서 원래 없던 내용을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애초에 원래 데어데블 시즌2는 일렉트라 이야기가 메인이었던 듯, 일렉트라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중/후반부에는 퍼니셔의 존재감은 극도로 희미해지고, 데어데블과 일렉트라의 사랑얘기가 중점적으로 부각되는데...


여기에 아주 대 놓고 사망 플레그를 꽃아줌.

드라마의 결론은 퍼니셔도 일렉트라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충 예상 할수 있는 수순으로 흘러간다. 

퍼니셔 따로 결론나고 일렉트라 따로 결론이 난다. 데어데블은 따로 아주 묵사발이 나고 ... 그렇게 어수선하게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시즌2가 끝남.

애초에 퍼니셔와 데어데블은 원래 사상적으로 거의 정반대 수준의 대립적인 존재라 (불살 & 필살), 서로 맞짱 뜨는 스토리만 만들어도 2~3 시즌은 거뜬이 나올정도라서 굳이 다른 등장인물을 끼워 넣을 필요가 없는데 억지로 다른 인물을 끌여들여서 데어데블과 퍼니셔 양쪽다 존재감이 희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일렉트라도 마찬가지.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데어데블과 일렉트라간의 그 애절한 얘기를 구구절절히 풀어 놓자면 이번 시즌을 통채로 다 할애를 해도 모잘랐을 텐데 ... 거기다 안그래도 거물급인 퍼니셔의 이야기를 우겨 넣었으니 ... 이것 참 ... 이야기가 완전 죽도 밥도 아닌게 나와 버렸다.

뭐, 너무 악평을 쏟아 낸것 같지만, 퍼니셔와 일렉트라 각각의 이야기를 따로 따로 보자면 그리 나쁜것도 아니다.

시즌2에서 퍼니셔 부분만 따로 떼내서 보면 나름 잘 만들었고, 일렉트라 이야기만 따로 떼 놓고 보면 그리 나쁜편은 아니다. 문제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 이야기를 억지로 합쳐놓은게 문제.

말하자면 "어벤져스 엔드게임" 과 "뽀로로의 보물찾기 대모험" 은 따로 따로 보면 명작인데 이걸 어설프게 합쳐놔서 이저 저도 아닌 드라마가 된 셈.

다 본 후의 감상이 "데어데블 시즌 2" 를 본게 아니라 "퍼니셔 시즌1" 과 "일렉트라 시즌1" 을 따로 따로 본듯한 느낌이라서 문제다. 

게다가 주인공이었어야할 데어데블은 그냥 그 두사람 들러리 인듯한 느낌. 같이 싸우는것 빼고는 그다지 하는 일이 없다. 이게 무슨 "데어데블" 이야?

플래쉬 시즌2도 그렇고 데이데블 시즌2도 그렇고 시즌2 들은 왜이렇게 시즌3를 만들기 위한 떡밥용으로만 느껴지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뭐... 그래도 시즌3 는 기대해 봐야지... 

다음 시즌엔 퍼니셔는 안나올테고, 아마 일렉트라만 나오게 될테니... 그럼 좀 나아질 듯...

하여간 다음 드라마는 좀 정신 없이 이야기를 여기 저기 들쑤시지 말고, 좀 차분하고 단순하게 진행되도록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