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딘 왕릉을 벗어나 다음 목적지로 이동한다.
티엔무 사원이라는 곳인데, 이곳에는 매우 특이한 전설이 하나 전해져 오는게 있다.
과거 베트남 전쟁당식 틱광득 스님이란 분이 있었는데 베트남 정부가 불교를 박해하자 이에 항의 표시로 차를 몰고 사이공 까지 가서 분신 자살을 했는데, 놀랍게도 그의 심장만은 아무리 오랜 시간을 두어도 타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티엔무 사원에는 이때 몰고 갔던 차와 심장이 아직도 보관되어 있다고 하는데, 차는 누구나 볼수 있게 공개 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심장은 볼 수 없었다.
카이딘 왕릉에서 티엔무 사원까지는 그렇게 오래걸리지는 않는다. 익숙한듯 낮선 거리를 무심하게 흘겨보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도심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흐엉강 근처에서 내리는데 군데 군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소떼들으 정겹게 느껴진다.
사원에 들어가 보면 거의 사원 초입부에 금색 동상이 있는데, 이분이 틱광득 스님이 아닌가 싶다. 가이드가 다른 스님을 말한적은 없으니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사원안에는 그다지 구경할 것은 없다.
특별히 눈에 띄는 건물은 없고 넓찍한 정원을 잘 가꿔놓은 느낌이다.
본당 뒤쪽에는 넓은 마당과 많은 수의 분재들이 가꿔져 있는데, 분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제법 흥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분재에 딱히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이국적인 정원을 하릴없이 거니는듯한 느낌일뿐...
사원을 한바퀴 빙~~ 도는데 한 20분? 정도 걸린것 같다. 유명한 사원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이라 대충 둘러 본다면 그보다 짧은 시간에도 둘러 볼수 있을 것 같다.
7층 석탑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안을 들어가 볼수가 없기 때문인지 그다지 존재감은 없는 편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기도 했고...
티엔무 사원을 휘리릭 둘러보고는 밖으로 나오자 넓찍한 흥엉강이 보인다. 개인적으론 사원보다 흐엉강이 더 멋져 보인다. 이 더운 날씨에 배라도 타고 시원하게 달려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원을 나와서 버스 주차장가지 걸어가다보면 여기 저기 열대 과일을 파는 곳이 보인다. 역시 딸라로 살수 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별로 사먹고 싶은 생각은 안든다.
그저 시원한 것만이 땡길뿐...
그래서 사먹어본 "사탕수수 주스".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본 사탕수수는 어찌 그리 맛있어 보였는지... 드디어 진짜 사탕수수를 먹어 보게 되다니, 정말 감동이다.
음...
그런데... 별로 맛이 없다?
이것참... 맛을 표현하기가 정말 애매한 맛이 나는데...
어린시절 학교 운동회에서 노점상 아저씨들이 파는 불량식품 사탕을 미지근한 물에 멀겋게 녹여서 먹는 느낌?
사탕수수라서 정말 사탕 비스므리한 맛이 나기는 하는데, 달다기 보다는 달짝지근한 맛에 풀맛 가득한 여물을 섞어서 먹는 듯... 반쯤 발효된 녹차를 타서 먹는듯... 하여튼 풀과 사탕이 혼합된듯한 요상한 맛이 난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에 따라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듯한 맛이다. 이전에 먹어 본적이 없다면 경험삼아 한번쯤 먹어볼 만한 맛. 나의 경우는 굳이 다시 맛볼 생각이 들진 않는다.
사실 맛으로 먹었다기 보다는 워낙 무더운 날씨라 시원한 얼음맛으로 먹은거나 마찬가지다.
사탕수수 즙을 제조하는 현장에서 보면 이상한 상자같은 착즙기에 마치 말린 대나무 같은걸 집어 넣으며 즙을 쭉쭉 뽑아 내는데, 말린 나무 같은것이 기게로 짓이기면 물이 왈칵 왈칵 솟아나오는것이 생각외로 재미가 있어서 한참을 구경하고 있었다.
티엔무 사원을 다 구경했으니 다음으로 후에성을 간다.
티엔무 사원에서 한참을 가다보면 뭔가 돌로된 건축물 같은것이 나오는데, 이것이 후에 성이다. 왕성인만큼 규모가 어마어마 한데 성벽이 나타나기 시작한 때부터 입구가 보일때까지 한참을 차로 달려가야 보일 정도.
하지만, 왕성 안에는 차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근처의 주자장에 버스를 세운다. 여기서 화장실 갈사람은 가고 잠시 휴식.
잠시 주차장 근처를 거닐다 보니 한국어로 된 광고 판이 보인다. 도대체 얼마나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오길래 저렇게 아예 한글로된 간판을 세워 놓는 것인지... 어찌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좀 씁쓸한 광경이기도 하다.
주차장에서 후에성 입구까지는 제법 멀기 때문에 전기차로 이동을 한다. 그곳에서 각자 입장권을 받아서 후에성으로 들어갔다.
입장권은 1회용이 아니라 반복해서 쓰는지 좀 낡은 티가 난다. 그래도 입장에는 문제가 없었으니 별문제는 아니지만...
후에성의 느낌은 "그냥 크다".
오래된 고궁이라서 그런가 관광객도 많고 볼거리도 많다. 여기 저기 가이드의 인도에 따라 이동하는데 군데 군데 이동 거리가 너무 멀어서 도저히 걸어서는 다니지 못할 정도로 넓다.
우리는 패키지에 후에성 이동 차량이 기본 옵션으로 포함되어 있어서 편하게 다녔지만, 혹시라도 돈을 아낄 생각으로 후에성을 그냥 걸어서 관광할 생각은 안하는게 좋을 것이다.
체감상 축구 경기장 몇개를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게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옛 왕의 성인 만큼 조각상들도 많고 건물들도 많고 넓고 넓기는 하지만, 외국인 눈에는 그 조각상이 그 조각상 같고 그 건물이 그 건물 같아서 처음에는 신기하고 그렇지만 한 2~30 분 정도 뙤약볕 아래서 걷다보면 이젠 만사가 다 귀찮고 그냥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는 안든다.
넓기는 한데, 똑같은것을 반복해서 설치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론 후에성 자체보다는 후에성에서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사이가 오히려 더 재미 있었다. 우리가 찾아간 시간이 마침 퇴근 시간 무렵이었는지 길에는 길이 비좁을 정도로 수많은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관광지인 만큼 길거리에 노점상들도 많고, 길가에 작은 수레와 식탁을 늘어다 놓고 뭔가를 파는 식당들은 우리나라의 재래시장 상인을 보는것 같아 정겹게 여겨진다.
이럴때 잠시 차에서 내려서 저 길가의 식당에서 쌀국수라도 하나 먹는것이 여행의 묘미인데, 패키지 여행은 그게 안되니 참 아쉽다.
이래 저래 오늘도 힘든 여행이 끝나간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면 벌서 마지막 날인가? 시간 참 빠르다. 왠지 쓸쓸하고 아쉽지만, 아직 오늘 여행은 끝나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해 즐겨 보자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