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8일 월요일

식당 : 울산 아오리 라멘 (아오리의 행방불명)



식당 : 아오리 라멘
주소 : 울산 남구 삼산중로84번길 11-5

삼산동에 일본식 라멘집이 생겼다.
여기에 온 것은 라멘이 먹고 싶었다기 보단, 인터넷에서 "혼밥"을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하곤 "아니? 울산에도 혼밥을 할수 있는 곳이?" 하며 깜짝 놀라 찾아 온것이다.

각종 유행에 조금 느린 울산에 혼밥집이 생긴걸 보면 혼밥이 대세이긴 대세 인가 보다.

암튼, 일본에 몇번 가봤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일본식 라멘은 먹어 본적이 없었기에 경험삼에 먹어볼 생각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본토의 맛과 비교는 안되겠지만, 조만간 일본에 갈 예정도 있으니 비교는 그 때가서 해보지 뭐...


가격은 좀 쎄다. 고작 라면 한그릇에 1만원이라니... 주문서를 적는 손이 파르르 떨리는듯 하지만, 이왕 가게 안까지 들어왔는데 이제와서 나갈수는 없지 않은가... ㅠㅠ

일단 처음 온 식당이니 가장 기본 메뉴(아오리 라멘)을 시켜보았다.


혼밥 스타일이라 1인용 식탁이 마련되어 있다. 마치 개인용 독서실 스타일 같다.
인터넷에서나 보던 것이라 막상 실제로 보니 신기한 느낌이 든다.

문제는 실제로 혼자서 온사람은 나 뿐이라는거...

1인용 식탁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2~3명이서 찾아온 손님들이라 맘편하게 조용히 식사를 할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주변에서 수근 수근 떠드는 소리를 들으면서 식사를 해야 했다. 도대체 일행이 있으면서 왜 혼밥집에 온것일까? 1인용으로 나눠진 칸막이 너머로 불변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까지 여기서 라멘을 먹는게 조금 이해가 안된다.

참고로 여기 좌석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1인석이 대충 7칸 정도?
그리고 4인 석이 4개 정도 마련되어 있다. 4인석은 4인 이상일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으므로 2~3명 일경우 1인석에 가로로 나란이 앉아서 먹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렇게 먹을 바에야 다른 라멘집을 가는것이 나을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음... 그러고 보니 주변에 다른 라멘집이 없었던것 같다. 라멘을 먹고 싶은것이라면 어쩔수 없나?

뭐, 주변이 소란 스럽기는 하지만, 일단 칸막이가 있으니 주변 사람을 신경 쓰지 않을수는 있다.


1인석에 앉아서 보니 작은 생수병이 하나 있다. 맛은 그냥 물맛.


생수병 곁에 뭔가 알록 달록한 것이 들어 있는 유리병이 있어 자세히 보니, 머리가 긴 사람을 위한 고무밴드인것 같다. 나름 세세한것까지 신경쓴것 같다.


가게는 일본식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그냥 깔끔한 인테리어의 한국식 식당에 일본식 라멘집 분위기를 낼수 있는 아이템 몇개를 갖다 놓은 수준. 일본식 인테리어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도 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그저 무난한 식당이라는 느낌이다.


드디어 나온 아오리 라멘 & 계란 간장밥.
확실히 일본 느낌은 난다.
양이 적어...
계란 간장밥 안시켰으면 이거 먹고 굶어 죽었을 듯...


처음으로 일본식 라멘을 먹어본 느낌은 사골 육수에 라면을 끓인듯한 느낌. 일본식 라멘이 한국사람이 먹기엔 조금 느끼하다는 평을 들어 본적이 있는데, 여기 라멘은 생각보다 그리 느끼한 편은 아니다.

진한 사골 육수 맛에 "아... 매운맛 시킬껄..." 할 정도로 매운맛이 적지만, 이게 생각보다 은근히 맵다. 매운 맛이 돼지고기 기름 뒤에 숨어 있다 불쑥 튀어 나온다는 느낌? 안매운데 매운것 같은 맛이다. 매운것을 좋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매운맛으로 주문해야 할 것이고, 아니라면 조금 고민 될것이다. 매운맛이 조금 부족한듯 한데, 먹다보면 은근히 매워서 매운맛으로 주문하기엔 조금 망설여 지는 맛이다.


면은 생면을 쓰는듯 쫄깃한 식감에 구문 차슈와 먹으니 이건 좀 꿀맛.
내 개인적으로는 그냥 김치 사발면이 내 입맛에 맞는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쯤 먹어 볼만한 곳임에는 틀림없는것 같다. 아무나 데려와서 먹여도 가격 빼고는 딱히 불만은 없을 것 같다.


계란 간장밥은... 뭐랄까...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하기 좀 어려운 맛이다.
그냥 밥에 계란 넣고 삼겹살 잘게 잘라서 넣고 비벼 먹은 맛인데, 나름 맛있게 잘 먹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만약 내가 기본맛 라멘이 아니라 "매운맛" 라멘을 시켰다면 잘 어울렸을것 같다.

하지만, 내가 시킨것은 기본맛 라멘이었고 기본맛은 약간 매운맛이 애매하게 아쉬운 맛이었던데다, 계란 간장밥 역시 뭔가 강렬한 맛이 없어서 두 메뉴의 조합이 그리 좋지 않았던것 같다. 계란 간장밥을 먹으면서 "그냥 매운맛 시킬껄..." 하고 또 후회를 했으니...

두 메뉴다 나쁘지는 않은데, 뭔가 강렬한 필살기 같은게 빠진듯한 느낌이었다.
역시 매운맛을 시켰어야 했나...


일단은 완식.
그런데 아직도 매가 고프다.

무려 13,000원 짜리를 먹은것 치고는 아무것도 안먹은 느낌이다.
뭐 하나 더 먹을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으나, 가격표를 보곤 맘을 접었다.

개인적인 평으론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볍게 먹을 생각이라면 괜찮은 곳인것 같다. 매운맛을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기본맛으로도 제법 괜찮았기에 매운맛도 충분히 맛있었을 것 같다.

혼밥을 주제로 영업하는 식당이지만, 아직 오픈한지 오래되지 않은 새식당이라서 그런건지 아직은 혼밥을 할 만한 분위기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13,000원 어치를 먹었는데 집에가서 맨밥이라도 퍼먹어야 할것 같은 이 느낌은 무엇인지...


나오면서 찍은 4인용 식탁. 4명 이상일 경우만 이곳으로 안내 해 준다고 하니, 혹시나 다른 일행과 올 생각이라면 4명을 채워서 오는 것을 추천한다. 어설프게 2~3명으로 오면 그냥 독서실에서 각자 컵라면 하나씩 먹고온 분위기를 느끼다 올 가능성이 높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