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0일 화요일

음악 : 이소라 1집의 추억


내게 "가수" 하면 누가 떠오르느냐 하고 묻는다면, 나는 대부분 주저 없이 "이소라" 라고 꼽는다.

뭐, 내가 이소라씨의 대단한 팬이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데, 이소라씨가 TV 쇼에 나올때도 그리 챙겨보는 편도 아니고 앨범을 발매할때마다 꼬박 꼬박 구매한것도 아니다. (사실 앨범 그 자체를 거의 사본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상깊은 가수로 꼽는것은 나름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첫 휴가를 받아 집으로 내려갈 때였다. 서울에서 울산까지 기차로 거의 5시간을 타고 가야 했고, 그때는 스마트폰이란것이 없는 때였는데다 돈도 없는 가난한 신병이 뭔가 시간을 때울만한 것, 예를 들면 책같은것은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도 동기에게 카세트 테이프 하나를 겨우 빌려 갈수 있었는데, 그것이 이소라 1집이었다.

이 테이프 하나를 기차를 타는 거의 10시간 동안 (내려갈때 5시간, 복귀할때 5시간) 그것 하나만을 들었는데, 신기하게도 전혀 질리지가 않았다.

뭐가 그리 좋았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도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이어폰을 귀에 꽃고 멍하니 이소라씨의 목소리를 듣던 그 순간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래서 가끔 TV 에서 이소라씨가 나올때엔 그때 추억에 잠시 빠지곤 한다.

사실은 ... 군대를 제대하고 그 이후론 이소라씨에 대해 거의 잊고 있었다. 물론 간간히 TV 나 인터넷어서 올라오는 소식 정도야 듣고 있긴 했지만...

그러다 최근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비긴 어게인" 이라는 TV 프로에서 오랜만에 이소라씨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 이소라씨는 내가 기억하던 이소라씨와 좀 많이 달랐으니까. 예전보다 많이 약해진듯한 모습의 이소라씨를 보며 약간의 씁쓸함도 느껴진다.

하긴, 나도 입석 기차에서 5시간을 서서 내려가던 그때 그 신병은 아니긴 하지.

그래도 TV 속의 이소라씨는 나름 즐겁게 인생을 살고 있는듯 보여 다행이다.
왠지 오늘은 집안 어딘가에 있을 이소라 1집 테이프를 다시한번 찾아 봐야 할것 같다.